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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뉴스 인사이드] 바이러스의 역습… '숙적' 모기는 지카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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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 전세계 급속 확산… 브라질 신생아 404명 소두증… 유럽서도 임신부 첫 감염 ‘비상’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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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지카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다. 지카 감염환자 발생국은 1월 중순 미국 하와이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산모가 출산한 신생아가 소두증(小頭症) 판정을 받은 지 한 달도 채 안 돼 50개국에 육박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에는 스페인 임신부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럽도 지카 영향권에 들어갔다. 브라질에서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3명이 신경 근육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길랑·바레증후군으로 사망하는 등 지카 바이러스로 인한 인명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할 정도로 심각해진 지카 사태는 한국의 보건당국도 긴장시키고 있다.

◆20일 만에 여행 자제 지역 2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15일 하와이에서 소두증 신생아가 태어나자 브라질,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멕시코 등 중남미 등 14곳의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20일이 지난 5일 현재 여행 자제 권고 지역은 총 30곳으로 늘었다. 중남미에 집중됐던 위험지역은 오세아니아, 태평양의 섬들, 아프리카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외 여행경험이 없는 내국인이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고, 미국 등에서 성행위와 수혈에 의한 감염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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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첫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확인된 온두라스는 지난 1일까지 3649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온두라스 정부는 “감염자가 3일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카의 최대 창궐지인 브라질에서는 지난달 30일까지 소두증 의심사례로 보고된 신생아 4783명 가운데 404명이 소두증으로 확인됐다. 브라질 언론은 “지카 공포가 확산하면서 페르남부쿠주에서 소두증 때문에 버림받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주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브라질 카니발을 기점으로 감염 사례가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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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스페인 보건부는 콜롬비아를 다녀온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확인했다. 중남미를 여행한 자국민에게서 지카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확인한 영국은 중남미 국가 여행자에 대해 28일간 헌혈을 받지 않기로 했다. WHO가 헌혈 금지정책을 지지했고, 이에 동조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지카 확산, 계절이 가른다

중남미 등을 여행한 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세계 각국에서 확인되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태국과 대만 등에서 ‘여행 감염자’가 나왔고, 인도네시아에서는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내부 감염자까지 확인됐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은 1960년 이후 지카 바이러스가 활동하던 지역”이라며 “어쩌면 그동안에도 생존해 있던 지카 바이러스가 뎅기열로 오인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각국은 지카 바이러스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 박멸에 사활을 걸고 있다. WHO도 현재 가장 중요한 보호조치는 모기 개체수를 통제하고 임신한 여성 등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각 국가가 어떤 계절인지에 따라서 지카 확산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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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는 “유럽이 아직 겨울이라 지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이 작지만 앞으로 온도가 올라가 모기가 많아지면서 감염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니발이 시작된 브라질 정부도 “리우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8월은 브라질의 겨울이라서 모기 수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올림픽을 예정대로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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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지난 한국, 3∼4월이 관건

아직까지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한국은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 국내 전파 가능성에 대해 “중남미 및 동남아와 빈번한 인적 교류로 해외에서 감염돼 국내에 입국해 발병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모기 활동시기에 해당하지 않아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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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복 차림의 성동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옥수동 한 아파트 지하 정화조에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모기 퇴치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남제현기자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흰줄 숲모기도 지카 바이러스 매개체로 알려진 만큼 안이한 대응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구온난화 등으로 이른 봄부터 모기가 출몰하는 만큼 3월 중순 이후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본은 “지구온난화 영향에 따른 매개모기 변화, 환자 발생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기가 많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모기를 퇴치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는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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