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훈련 외면한 상가들… 120곳 중 65곳이 나 몰라라
지난 5월 본지가 취재〈5월 4일자 A2면〉했던 서울 강남역과 명동 일대의 상가들은 이날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취재팀이 21일 오후 2~4시 같은 지역의 에너지 이용 실태를 다시 확인한 결과 120곳의 상점 중 65곳이 출입구를 활짝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5월에 비해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한 상점이 78곳에서 65곳으로 13곳 줄었지만, 여전히 전력 과소비를 하고 있는 상점의 비율이 54%에 달했다. 절반 넘는 상점에 국가 전력 상황이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외침은 '다른 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21일 오후 전국에서 정전대비 위기 대응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서울 명동의 한 상점이 에어컨을 튼 채 문을 활짝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오후 2시 30분, 강남대로의 한 화장품 매장은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있었다. 이 상점의 에어컨에는 '희망온도 18도'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이 매장 직원은 "손님이 많은 시간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강남대로 일대의 화장품 상점과 의류매장은 여전히 출입문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출입문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을 '풀 가동'하고 있었다. 지난해〈본지 2011년 8월 23일자 A4면 참조〉에 이어 지난 5월 본지가 에너지 낭비 사례로 지적했던 강남의 의류매장은 여전히 문을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이 매장 직원은 "문이 열려 있어야 손님이 많이 오기 때문에 7월부터 단속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문을 열고 영업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7월 1일부터 9월 21일까지 에어컨을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상점을 집중 단속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강남대로 일대 상점들과 비교해 명동의 변화는 더욱 적었다. 5월에 비해 에너지 과소비를 중단한 상점은 1곳뿐이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부터 명동 중앙극장까지 약 300m에 있는 69곳의 상점 중 45곳의 상점이 여전히 문을 연 채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 모리카와 유키(여·25)씨는 "도쿄에서 문 열어놓고 에어컨을 트는 상점을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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