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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판자촌' 구룡마을에 임대아파트 1250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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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착공 2016년 완공

現 거주민 전부 수용, 일반 분양 아파트는 유보… 토지주들 반발이 과제

Chosun

서울시는 지난 20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대표적 판자촌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일대 면적 28만6929㎡에 임대주택 1250가구를 짓는 개발계획을 통과시켰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공개했던 '강남 구룡마을 정비방안'에서는 임대주택 외에 일반 분양 아파트 1543가구가 들어 있었으나 이번에는 빠졌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며 아예 (일반아파트를) 없앨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대신 박원순 시장의 '마을공동체' 철학에 맞춰, 마을 발전에 필요한 일자리 창출 시설, 의료 지원단지 등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시설 계획은 공모를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에 서울시가 최종적으로 확정한 구룡마을 개발 계획은 "현지 주민들이 재정착하기 위한 임대주택 외에 추가적인 아파트 건설을 지양한다" "재개발과 마을공동체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임대아파트는 현재 구룡마을 거주자로 확인된 1242가구 전부를 수용하고 이들에게 전원 공급한다는 원칙을 확정했다. 서울시는 또 현지 주민에게 임대료와 보증금을 낮춰줘 재정착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 구룡마을 공동체가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임시 주택을 마련해 이전해야 하는 주민들을 한곳에 모으고, 재개발 과정에서 마을회관·공동텃밭·공동작업장 등을 만드는 등 공동체 보존에 힘쓰는 것이다. 이는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선 없던 내용이다. 학교·문화시설·공공청사·도로·공원 등도 개발 구역 안에 포함해 건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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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전경. 서울의 대표적 판자촌 중 하나였던 구룡마을 개발 계획이 지난 20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이곳은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준헌 기자 heon@chosun.com


이제원 시 도시계획국장은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은 현지 주민을 떠나게 하는 기존 재개발사업과 다르다"며 "이번 사업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에게 쾌적한 주거환경과 현지 재정착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 개발사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주민 재정착을 위해 민영이 아닌 공영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은 지난해 발표 때와 같다. 민간 건설사가 주체가 될 경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현지 주민들을 위한 소형 주택보다는 비싼 중대형 주택이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깔렸다. 이에 따라 구룡마을 개발은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주도한다. 개발 수익을 올리기보다는 현재 사는 주민들에게 싼값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공영개발은 국가·지방자치단체나 정부투자기관이 택지 개발, 주택 건설 주체가 되는 것을 뜻한다.

개발 계획은 통과했지만 땅 주인과의 갈등은 넘어야 할 산이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서울 도심 지역 개발에 밀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 이들 때문에 100여명에 달하는 구룡마을 토지주들은 수십년 동안 제대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다른 토지를 보상해줄 계획이지만 반발이 사그라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토지주들은 그동안 민영 개발을 통해 개발 이익을 얻고자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울시는 토지보상계획·이주대책 등을 마련한 뒤 2014년 말 공사를 시작, 2016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시는 그 과정에서 원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토지주·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다.


[이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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