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의 목소리가 잠시 잠겼다. "어머니 때문일 겁니다. 어머니 고향이 이북이잖아요. 북에 대한 생각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어요. 지난 3월 파리에서 북한 오케스트라와 합동 공연이 있던 날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이 어머니였습니다."
지휘자 정명훈(59·사진)은 "자꾸 만나야 뭐든 풀린다"는 신념으로 남북 음악교류를 추진한다. 그는 2008년 유니세프 국제 친선대사로 임명된 뒤 유니세프의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직접 체험한 적이 있다. "처음 듣는 나라였어요. 그런 나라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그 나라는 서아프리카 베닌이다. 그는 라디오 프랑스 필 하모닉 단원 3명과 그곳에 도착했다. 작은 도시락을 먹고 추장의 집에서 같이 잠을 잤다.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같이 마을을 많이 다녔습니다. 추장에게 여기서 뭐가 제일 필요하냐고 했더니 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물은 땅속에 있지만 그걸 퍼낼 펌프가 없대요. 펌프 2∼3개가 있긴 한데 그곳까지 가서 물을 받아오려면 10㎞를 걸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큰 펌프 하나가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거예요. 그 펌프, 우리가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파리에서 콘서트를 열었고,추장을 그날 초대했어요.인간적으로 가까워지니 그렇게 뭐든 다 되는 거였습니다."
정명훈이 이번엔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를 연다. 그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아시아필하모닉(APO)과 함께 오는 8월 4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서 그는 기자들과 만났다.
아시아 음악인들의 화합과 우정을 다지자는 취지로 지난 1997년 활동을 시작한 APO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 음악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이번 서울 공연에선 소프라노 김영미, 테너 강요셉 등도 함께 무대에 선다. 정명훈은 "베토벤의 '합창'은 전 세계가 형제국처럼 되자는 메세지가 있다. 교향곡 중 가장 훌륭한 뜻을 품은 곡"이라고 했다. 그는 "난 꿈이 항상 있었다"며 "그건 남북 음악가들이 만나 같이 연주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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