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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사건으로 본 2015]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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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초기대응 미숙으로 피해 커져…'불안한 7개월' 끝에 종식

공공의료시설 확충·'가족 간병' 문화 개선 등 과제 남아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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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확진자 186명·사망자 38명…치사율 20% 달해

지난 5월부터 이어진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사태가 발생 218일 만인 24일 0시를 기점으로 완전 종식됐다.

보건당국은 앞서 지난 7월6일 마지막으로 남아 치료를 받던 80번 환자를 제외하고 사실상 사태가 마무리됐다는 발표를 한 바 있지만 이 환자는 지난 10월 퇴원한 지 9일 만에 다시 양성 판정을 받고 재입원, 지난달 25일 결국 숨을 거뒀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마지막 환자가 숨진 시점부터 메르스 잠복기인 14일이 두 번 지난 이날을 종식 시점으로 선언했다.

지난 5월20일 첫 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 국내 감염자와 격리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는 총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치사율 20%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직·간접적으로 감염자와 접촉하거나 위험 지역에 노출된 격리 대상자 수가 1만6000여명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당장 생업을 중단하게 된 이들이 생활고에 직면하거나 모호한 근거로 격리 대상자가 돼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뜬소문·공포 확산…지하철서 기침만 해도 '눈총'

전례 없는 질병이 국내에서 확산된다는 소식에 국민들의 공포도 급속도로 커졌다. 인터넷과 각종 메신저를 통해서는 초기 감염자들이 이용했다는 병원명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갔다.

메르스 감염자가 초기에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지역에서는 매년 열리던 지역 행사 등 사람이 모이는 각종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공공장소나 대형 건물 입구는 물론 매출 급감을 우려한 개인 사업장에도 발열감지기와 손 소독제가 황급히 비치됐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를 둔 부모들은 한동안 외출 자체를 꺼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장보기도 두렵다"며 식재료를 인터넷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글이 넘쳐났다. 이후 결국 서울, 경기 등 전국 각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지하철 등에서는 재채기만 해도 경계의 눈초리가 쏟아졌고 일반 마스크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평소에는 병원에서나 쓰던 'N95'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덥고 습한 여름까지 사태가 길어지며 불안도 커졌다. 이 때문에 장마철이 되면 습기에 약한 바이러스의 속성 때문에 메르스가 사라진다는 등 갖가지 주장이 제기돼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 초기대응 미숙…방역체계 부재 민낯 드러나

첫번째 환자에 대한 늦은 확진과 '슈퍼 감염자'의 등장 등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의 부실한 질병 대비 체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동을 방문하고 지난 5월4일 귀국한 첫 환자가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인 시점은 11일이었다.

충남 아산의 개인의원에서 진료를 받던 그는 호전이 되지 않자 15일부터 17일까지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17일 서울 강동구 365의원에 들렀다가 1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기에 이르렀다.

메르스를 의심한 의료진이 18일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방문 국가인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진을 거부했다.

결국 1번 환자는 이틀 뒤인 20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고 보건 당국은 그제서야 부랴부랴 격리 등 본격적인 조치에 돌입했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데다 환자 가족이 병실에 상주하며 간호하는 우리나라 문화도 감염병 관리에 일조했다. 정부의 자가격리 조치 역시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의 감염은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4번째 환자는 3번째 환자인 아버지를 간호하던 딸이었으며, 실제로 6월4일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던 의사도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은 수천 명의 환자와 접촉하기 때문에 한동안 일반 국민들의 공포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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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정보 공개도 피해 확산에 일조

감염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던 병원들에 대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해당 병원은 물론 인근 지역사회 사업자들의 매출도 급감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불확실한 정보에 근거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차라리 정부가 병원명을 공개하고 해당 병원을 통제한 뒤 제대로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두됐지만 정부는 6월6일 한 언론에서 처음 공개한 뒤 이틀이 지나서야 병원 24곳을 공개했다.

통제를 응급실에만 하고 병원 폐쇄 조치가 한발 늦은 점도 감염자 수를 늘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는 사이 '슈퍼 전파자' 5명은 전체 환자의 80%이상을 감염시켰다. 특히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접촉자 594명 중 무려 85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언제든 감염병은 다시 유입돼…교훈 삼아 대비해야"

메르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해외여행이 자유로운 시대인 만큼 다른 감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종식 선언에 안심하는 것으로 당국의 조치가 끝나서는 안 되며 질병관리 체계의 허점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학 교수는 "해외 교류가 활발한 데 비해 일반 국민들은 감염병 위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 "공항이나 여객기 등에서 어떤 지역에 어떤 감염성 질병이 유행하고 있는지 정확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질병관리 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며 "국가관리병원의 음압병상을 확충하고 역학조사관을 늘려 증상이 의심되는 환자들에 대한 확진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등의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도 "수익성 등의 문제로 민간병원에는 감염병 확산 사왕에서 필요한 격리병동과 음압병실 등이 태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가가 재정을 투자해 공공의료시설을 확충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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