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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메르스 '218일', ‘유기체’ 한국에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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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상황 23일 자정 공식 종료…방역체계, 사회, 경제 등 국가 전 부문 할퀴고 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상황이 23일 자정(24시) 공식 종료된다.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5월20일 이후 218일 만이다. 한국은 메르스 발원지인 중동 보다 긴 시간동안 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였다. 유례없는 메르스 사태는 방역체계와 사회·경제시스템 등 국가라는 거대한 유기체 각 부문에 잠재된 허점을 속속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촉매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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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라 메르스 상황이 자정을 기점으로 종료된다고 밝혔다. 종료 시점은 국내에 남아있던 마지막 메르스 감염자인 80번 환자가 숨진 후 28일 뒤로 정해졌다. 감염자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메르스 최장 잠복기 14일의 2배가 지난 시점을 감염 종료로 보는 WHO 기준을 따랐다.

메르스가 할퀴고 지나간 218일 동안 186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사망률은 20.4%로 중동 사망률 37.5% 보다 낮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 메르스 사망자 발생 국가가 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메르스 전파 양상도 나타났다. 처음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가 재차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일반적인 메르스 잠복기를 훨씬 넘긴 환자도 다수 나타났다. 병원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메르스가 공기감염과 유사한 상황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도 증명됐다.

국가 조직이 받은 충격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남긴 상처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허술한 국가방역체계가 메르스 유입을 통해 민낯을 드러냈다. 메르스 발생 초기 방역 콘트롤타워 부재로 대응이 늦어진 틈을 타고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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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가 한창일때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입국하고 있다.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응급실 과밀화 등 한국만의 고질적 의료전달체계 허점은 전파속도를 더욱 키웠다. 신종 감염병에 대비할 격리 병상도 턱없이 부족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료기관 수는 106개에 달했고 전체 감염자의 21%가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였다.

사회 전반의 '소통 부재' 문제도 부각됐다. 정부는 메르스 발생 초기 감염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아 불안을 오히려 키웠고, 국민들은 정부 발표에 신뢰를 잃었다. 메르스 의심환자가 격리된 병원에서 폭언을 쏟아내며 탈출하거나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등 최소한의 시민의식이 실종된 모습도 보였다. 메르스 감염을 확산시킨 '한국식 병문안 문화'의 다른 이름은 '안전 불감증'이었다. 전체 감염자 3분의 1 이상인 64명이 문병 감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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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위기가 심화되자 서울 남대문 골목을 찾는 인적이 끊기는 등 소비심리가 냉각돼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


국가 경제도 휘청거렸다. 메르스 탓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6~9월 넉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방한 관광객 수는 11월까지 전년대비 7% 감소했다. 이에 따른 관광산업 피해액만 2조6500억~3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메르스로 인한 소비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7%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3.1%에서 2.8%로 수정했다. 장기화된 수출부진과 함께 메르스 변수를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11조6000억원 규모의 메르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한국판 블랙플라이데이' 정책까지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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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유정수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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