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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빅브라더는 '스마트시티'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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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팝콘사이언스-100회]시민 편의보다 강력한 통제장치 될 수 있어…"과학기술의 '양날의 칼' 잊어선 안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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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한 장면/사진=라이언스게이트


첨단 센서와 폐쇄회로TV(CCTV),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의 조합으로 이뤄낸 도시 자동화 시스템, 이른바 '스마트시티'는 과연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궁극의 '빅브라더'를 완성하기 위한 도구일까. 영화 '헝거게임: 더 파이널'을 본 후 문득 든 생각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다양한 서비스를 첨단 기술을 토대로 제공하는 것이다.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 스마트그리드(에너지), 상수도관리 및 빌딩관리 시스템 등이 이에 속한다.

'빅브라더'란 선의의 목적으로는 사회를 돌보는 보호적 감시이며, 부정적 의미로는 정보 독점을 통해 권력자들이 행하는 사회 통제 수단을 뜻한다.

영화는 공화국 '판엠'의 대통령 스노우(도날드 서덜랜드)와의 최후 결전을 준비하는 '혁명의 불꽃'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판엠은 가상의 독재 국가이며, 이곳 수도는 캐피톨이다. 이 주변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억압된 생활을 한다.

'헝거게임'은 스노우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12개의 지역에서 남녀 한 쌍을 뽑아 서로 죽고 죽이는 게임을 열어 전국에 생중계한다. 4부작의 끝 파이널에선 각종 첨단 센서와 무기가 곳곳에 설치된 도시 전체가 게임의 무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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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한 장면/사진=라이언스게이트


캣니스는 13구역 군단에 합류, 최정예 요원들을 이끌고 캐피톨에 입성한다. 캣니스와 그의 일행들은 캐피톨의 외곽에서 심장부로 향해 간다. 이에 맞선 스노우 대통령은 이들을 막기 위해 인간을 살상하는 각종 부비트랩 설계 전문가인 '게임메이커'들을 통해 함정인 '포드(POD)'를 설치한다.

'포드'는 지뢰 덫 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형으로 만든 돌연변이 괴물인 리자드머트, 기관총, 기름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파도, 빛으로 몸을 산산조각내는 에너지빔, 바닥을 부수며 달려드는 톱니바퀴인 미트 그라인더 등 다양하다. 모든 무기는 센서 기반으로 작동하며,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게임메이커들은 포드를 움직인다.

켓니스는 포드 설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허공에 활을 쏴 포드의 오작동을 유도하는 등 지혜롭게 대처한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장면은 캣니스 일행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방송을 편집, 시민들을 세뇌하는 적군인 스노우 대통령과 우군인 코인 대통령의 모습이다.

자신의 권력탐으로 사람들을 이 같은 방식으로 선동하는 두 리더의 모습은 단지 영화 속 장면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든 스노우와 코인의 위치에 오르면 변할 수 있다는 전제가 붙는다.

아울러 사람들에게 불안을 가져다주고 다중적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두 대통령의 의도 뒤엔 ICT에 기반한 거대 '스마트시티'가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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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더 파이널'의 한 장면/사진=라이언스게이트


캣니스는 이 같은 여정을 마무리할 무렵, 혁명의 의지를 온전하게 전하기 위해 뜻밖의 선택을 한다. 지난 2012년 이후 3년에 걸친 '헝거게임' 시리즈의 대장정은 그렇게 마침표를 찍는다.

이 작품에서 각종 포드가 작동하는 도시 캐피톨은 미래 '스마트시티'의 외곡된 모습일 것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30여개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예컨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시는 교통 트래픽을 관리하는 등 40개 이상의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도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에선 실시간 인구정보 시스템으로 출산율을 조절한다.

미국 뉴욕은 경찰국에 '리얼타임 크라임 센터(RTCC)'를 구축했다. 주민정보, 체포 기록, 교통법규 위반 기록 등 24개의 데이터베이스를 모아 놓은 것이다. 여기에선 특정 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연관 인물들의 각종 자료들이 대형 모니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표시된다. 또 CCTV를 통해 용의자 이동경로도 파악할 수 있다.

이 모든 서비스의 공통분모는 '통제'라는 기능으로 압축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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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실제로 다수의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IBM 등 해외 업체들이 이미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이다.

스마트시티는 그것이 어떤 상황이든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도시상태를 유지하므로, 스마트시티의 현실화는 빅브라더의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든다. 도시 전체를 구동하는 SW(소프트웨어)를 정부나 기업이 어떻게 기획·설계하는가에 따라 취지와 전혀 다른 결과를 놓을 수 있는 탓이다. 첨단 기술은 언제나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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