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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단독]메르스 환자 울린 서울대병원…"행정소송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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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번 환자가족 ‘녹음파일’ 입수…항암치료 위한 격리해제 호소에 책임 떠넘기기

뉴스1

메르스 80번 환자가 다시 양성판정을 받은 다음 날인 12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오른쪽)이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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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음상준 기자 = “우리는 진료기관이지 공중보건관리기관 아니다. 정부가 정하는 대로 격리한 것이다” “행정소송이라도 하시라..병원이 어떻게 해드려야 한다는 것이냐.”

지난 10일 메르스 마지막 환자인 80번 환자(35·남)의 가족과 치료기관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가졌던 면담에서 의료진이 환자 가족들에 전한 말이다. 16일 <뉴스1>이 입수한 녹음파일에는 환자의 지병 집중치료를 위해 '격리해제'를 호소하는 가족에 대해 서울대병원이 권한이 질병관리본부에 있다며 떠밀고 환자가족 마음에 상처를 주는 발언 내용이 담겨있다.

서울대병원 "격리해제는 질본 권한, 행정소송이라도 하시든가.."

이날 면담에서 서울대병원 한 의료진은 “우리는 정부가 정하는 대로 격리를 (결정)한다. (앞서 80번 환자가 퇴원한 것은) 정부가 격리해제 하니까 환자가 원하는 대로 했던 것”이라며 “병원은 진료기관이지 공중보건관리기관은 아니”라고 환자 가족들에 전했다. 즉, 정부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환자 가족이 “우리가 질병관리본부를 찾아가야 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이 의료진은 “그렇다. 병원은 경찰기관도, 행정기관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환자 가족이 질병관리본부를 지칭하며 “거대조직 앞에서 개인이 어떻게 (의사전달을) 하나”라고 되묻자 의료진은 “행정소송을 하든지, 병원이 어떻게 해드려 달라는 것이냐”고 격리해제 여부 결정은 정부가 하는 것이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의료진은 이어 “(전) 삼성서울병원장 불려가는 것 봐라. (검찰송치)되는데 정부가 정하는 데로 하지 않으면...”이라는 말도 했다.

마지못해 의료진은 질병관리본부장과 함께 만남을 주선을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배우자 배씨에 따르면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배씨는 <뉴스1>과 전화통화를 통해 “계속 연락이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끝까지 안 나오겠다는 (것 같다.) 서로 자기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씨에 따르면, 이 의료진과의 만남도 처음엔 어려워 직접 2만원을 지불해 정식 진료접수를 한 뒤 이뤄졌다.

감염위험 없는데 계속 격리.."집중치료 못받아 생명 위협"

현재 악화된 80번 환자의 기저질환 ‘림프종’ 집중치료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감염력이 없는데도 격리실에 있다보니 정상적인 치료가 어렵다게 환자 가족의 호소다.

80번 환자는 지난 10월 3일 퇴원한 뒤 같은 달 11일 다시 양성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 음압격리실에 입원했다. 이 환자는 당일 새벽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다시 서울대병원에 이송됐다. 서울대병원에 재격리되기 직전, 삼성서울병원을 찾게 한 발열 등의 증상은 기저질환 림프종 때문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은 80번 환자에 대해 죽은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조각이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감염력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환자와 접촉한 129명도 아무런 문제없이 전원 격리해제됐다. 이 환자는 여전히 양성과 음성 판정 경계선 상에 있지만 바이러스 전파력은 없다는 게 병원측 설명이다.

그럼에도 무슨 영문인지 80번 환자는 여전히 격리 상태다. 격리상태이다 보니, 림프종 치료 과정에 필요한 MRI나 CT실 등에서의 검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게 80번 환자 배우자 배씨의 주장이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왜 격리해제 안해주나"..가족의 눈물

실제로 위험한 고비가 몇 번 찾아왔다. 지난 14일에는 80번 환자에 패혈성 쇼크까지 발생했다. 열이 41도에 육박한 심각상황이었지만 고비는 다행히 넘겼다. 차후 골수이식술도 받아야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격리 상태에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이식이 가능할 지 모르겠다고 배씨는 눈물로 호소한다. 80번 환자의 경우 림프종 질환을 갖고 있어 집중 치료를 위해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치료에 집중하지 못 하면서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배씨는 “현재 격리해제 기준이 없다. 앞서 모든 환자들은 48시간 기준으로 두 차례 메르스 음성판정을 받으면 퇴원을 했지만 남편만 24시간 기준으로 두 번 음성 판정받아 앞서 10월 3일 퇴원했었다. 기존에 장기입원을 했었는데도 그때는 왜 기존 환자들보다 빠른 퇴원 기준을 적용했었는가”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배씨는 “국가는 당시 국가대로 경제 타격이 있어 형식적인 격리해제를 단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전염력이 없다면서도 왜 격리를 해제하지 않는 것인가. 정부로선 이제 격리해제 선택만으로도 대외적인 두려움이 있어 그러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

배씨는 “지금 암환자인 남편은 반년 동안 명확하지 않은 메르스 치료를 받으며 항암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현재 항암제 치료는 받고 있지만 격리 상태여서 다른 검사실과 수술실, 중환자실로도 이동할 수 없다”며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도 이식전문병동으로 이동해 받아야 한다. 검사와 치료도 못 받게 하는 것이 어떻게 격리 치료냐”고 강조했다.

배씨는 “질병관리본부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보내도 읽은 표시는 나온다. 유선으로 전화를 걸면 수화기가 이곳저곳 돌다가 결국 연결이 안 된다”며 “억울한 일은 여기서 끝내고 이식 수술만이라도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은 현재 80번 환자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격리해제 부분은 질병관리본부에서 결정내려야 할 부분"이라며 "이 환자에 대해 이미 CT촬영은 했고, 다른 검사에 대해서도 다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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