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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현장에서]메르스 벌써 잊었나..복지부의 '복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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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집단 호흡기질환 발생 20일째 원인 규명 못해

역학조사관 정규직 달랑 2명… 메르스 창궐때 보다 줄어

복지부 “행자부 정부조직법 개정 늦어져” 줄곧 핑계만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전국을 뒤덮은 지 5개월여 만에 건국대에서 집단 호흡기질환이 또다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집단 폐렴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55명이나 발생했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집단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된 병원체와 감염 이동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건국대에 민간역학조사 자문위원단 27명을 긴급 투입했다. 질병관리본부 내 역학조사관만으로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질본 내 역학조사관은 중앙 14명, 지방 18명을 합해 총 32명이다. 이 중 공중보건의를 제외한 정규직은 단 2명뿐이다. 이번 건국대 집단 호흡기질환 사태에는 인천공항에 근무하는 2명을 제외한 중앙 역학조사관 12명이 투입됐다.

메르스 사태로 총 186명의 환자와 37명이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벌어졌지만, 방역당국은 역학조사관 인력을 전혀 충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될 당시 질본 내 역학조사관 인력을 40여명까지 늘렸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인원은 10여명 줄어든 규모다.

질본 관계자는 “질본 소속 내부 직원을 역학조사관으로 일시적으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이 늘었던 때가 있지만, 현재는 32명을 유지하고 있다”며 “민간역학조사관은 말 그대로 자문단 자격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역학조사관 인력 증원 대책은 지난 7월부터 나왔다. 당시 국회는 역학조사관을 충원하는 내용의 포함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역학조사관을 정규 공무원으로 확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도 지난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역학조사관을 70~80명으로 증원하고, 정규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원 충원은 아직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행정자치부의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한 협의가 두달 넘게 이어진 탓에 인력 충원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행자부측의 얘기는 다르다.

행자부 조직기획과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장 차관급 격상, 검염관 충원, 내부 시스템 개편, 역학조사관 증원 등을 한 덩어리로 묶어 전체를 수정·보완하다 보니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역학조사관을 늘리는 것은 기재부 예산 승인이 없어도 자체 복지부 예산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예비비 등 추가 예산을 들이지 않더라도 역학조사관 충원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국가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언제든 새로운 전염병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 메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늑장대응이라는 말조차 아까운 복지부의 무대응은 국민을 위험에 방치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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