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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종합]法, '메르스 초기 대응 실패' 국가 상대 소송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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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승모 강진아 기자 =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초기 부실한 대응으로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법원이 소송 당사자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각하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소송을 종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선 정부의 늑장 대응이 위법한지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이승택)는 6일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 소송에서 "소 제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각하 판결했다.

부작위 위법 소송은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에 따라 행정청에 요청한 사실을 해당 기관이 처분 및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받는 소송이다. 행정소송법 규정에 따르면 이 소송은 법규 등에 근거한 권리를 가진 당사자가 해당 행정청에 신청을 우선 내야 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 변호사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소송을 제기할 자격 또한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문 변호사가 국가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 간 병원이나 의료기관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거나 신청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메르스 환자 관련 의료기관을 공개하지 않은 부작위 위법 확인 청구부분은 원고 적격(소송을 낼 당사자 자격)이 없어 소 제기가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이 국가를 상대로 냈다는 점도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은 일정한 처분을 하지 않은 행정청을 피고로 해야 하는데 이 소송에서는 감염병 관련 업무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정보공개 처분을 신청한 사실이 없다"며 "행정청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피고의 적격이 없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감염병환자가 확인된 경우 관련 정보가 의료기관의 장, 관할 보건소장,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고 정보공개 절차 규정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보공개를 신청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국민의 알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행정입법을 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문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추상적인 법령의 제정 여부를 다투는 것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문 변호사는 메르스 사태가 확산됐던 지난 6월 "정보 비공개로 국민의 알 권리를 박탈시켰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문 변호사는 당시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메르스에 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은 메르스에 관한 발생 현황 및 예방,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다"며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 19일이 경과한 후에야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 및 의료기관을 공개했다"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메르스 확산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고 국민들을 메르스 감염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밝혔다.

한편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유족들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달 12일 열린 메르스 소송 관련 첫 재판에서 유족들은 "정부와 지자체, 병원이 메르스 사태에 부실하게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본안에서 판단되지 못하고 각하 판결되면서 메르스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현재 메르스와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총 1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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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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