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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논밭 갈아엎고 발전소는 간당간당 … 이 가뭄 봄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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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한반도 <상>

목마른 충청·전북·강화 르포

예산 “이러다간 내년 농사도 접어”

보령 농공단지는 생산 중단 직전

보령댐서 물 받아쓰던 당진화력

서둘러 대청댐 물 끌어쓰기로

중앙일보

중부지방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27일 전북 임실군 운암교 아래 섬진댐 상류 바닥이 거북 등처럼 갈라져 있다. [임실=프리랜서 오종찬,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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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충북 옥천군 대청호 상류에 위치한 마을에서 한 농민이 수확을 포기한 콩과 팥 등 농작물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기상청은 올겨울(12~2월) 강수량 전망치가 평년 수준에 불과해 이번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실=프리랜서 오종찬, 옥천=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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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1시 충남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 밤사이 마을에 25㎜의 비가 내렸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이복수(62) 이장은 “밭작물엔 조금 도움이야 되겠지만 해갈에는 아직 턱도 없다”며 “이 상태로 가다간 내년 농사를 접을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과 도지사가 와서 관정을 파고 금강물을 끌어온다고 약속했는데 언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갯벌 간척지인 서산시 부석면에서 농사를 짓는 이종석(68)씨는 “올해 농사는 이미 끝났다. 비가 더 오지 않으면 간척지 논은 아예 폐허가 될 것이여”라고 했다. 서산과 태안이 맞닿은 간척지 논에선 염분 피해를 본 벼가 쭉정이로 변해 있었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서 콩·팥을 재배하는 조영구(60)씨는 아예 밭을 갈아엎었다.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농사를 지어봤자 손해가 날 게 뻔해서다. 고추와 들깨도 수확량이 예년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조씨는 “밭농사에 어업까지 망쳐 생계가 막막하다. 60년을 살면서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끝 모를 가뭄으로 전국 곳곳에 비상이 걸렸다. 충남 보령시 웅천농공단지는 하루 200㎥가량 공급하던 지하수를 100㎥으로 줄였다. 입주업체 20곳은 생활·공업용수를 전량 지하수에 의존한다. 현재까진 정상 가동 중이지만 물 공급량을 더 줄이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한방침구를 생산하는 ㈜동방메디컬은 하루 10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데 3㎥의 물이 필요하다. 이미 기숙사와 식당 등에선 예전보다 20%나 물 사용량을 줄였다. 신동열 과장은 “생산라인에 들어가는 물은 단 0.1㎥도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충남 서해안의 화력발전소도 비상이다. 서천화력발전소는 이달 초부터 하루 500㎥이 줄어든 1700㎥의 물만 사용 중이다. 이 가운데 400㎥은 발전 후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이미 발전소 내 목욕탕 사용도 중단했다. 당진화력발전소는 지난 12일부터 용수 공급처를 보령댐에서 대청댐으로 급히 바꿨다. 보령화력발전소는 관정을 뚫고 인근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물을 길어오는 대책까지 마련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충남도는 지하수 사용까지 통제하겠다고 나섰다. 대체 수원인 지하수의 과도한 사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지하수 이용부담금을 물리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충남 지역의 지하수 총량은 13억6227만㎥으로 대청댐 총저수량인 14억9000만㎥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북 지역에선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하천의 물을 저수지로 옮기는 작업이 계속됐다. 전북 지역 2248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29.4%로 평년(71.8%)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군산과 정읍·고창·김제·부안 등 5개 시·군에선 지난달 초부터 금강호와 하천의 물을 관로를 통해 10개 저수지로 보내고 있다. 내년 5~6월 농사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인천 강화도의 올해 강수량도 예년의 절반 수준인 432㎜에 그쳤다. 이 때문에 31개 저수지 중 26곳이 저수율 50%를 밑돌고 있다. 서검저수지·고려저수지 등 9곳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강화군은 경기도 김포시처럼 한강물을 끌어다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익형 강화군 농정과장은 “이대로 가다간 강화군 전체 농가의 45%가 내년 봄 모를 못 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상청은 이번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 장기 예보에 따르면 올겨울(12~2월) 강수량 전망치는 88.5㎜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7일 현재 전국 평균 강수량은 762㎜로 평년(1223㎜)의 62% 수준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461㎜가 더 내려야 하지만 전망치는 이를 한참 밑돌고 있어 봄 가뭄을 피하기 힘든 실정이다.

보령·정읍·강화=신진호·김호·최모란 기자

강기헌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신진호.김호.최모란.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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