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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바람난과학] 곤충은 어떻게 천장을 기어다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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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천장에 붙어 기어다니는 곤충은 기원전 그리스 때부터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특히 학자들은 도마뱀에 주목했는데요. 도마뱀은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갈고리도 없고, 게다가 다른 곤충들과 달리 발이 끈적거리지도 않는데 벽이나 천장을 자유자재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나노 기술, 논쟁에 마침표를 찍다 = 자,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산타바버라대와 스탠퍼드대 공동연구팀이 나노 기술로 해답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19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의 이름을 딴 반데르 발스 결합(Van der Waals bond)에서 해답의 열쇠를 얻었습니다.

비교적 약한 결합으로 두 원자가 가까이 접근할 때 원자의 핵을 둘러싸고 있는 전자구름에 변동이 생기고 이로 인해 약한 정전기적 인력이 만들어집니다. 이로 인해 두 원자가 접착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가리켜 반데스 발스 결합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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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백만개의 미세한 나노 섬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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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의 발바닥에는 수백만개의 미세한 나노 섬모가 있습니다. 각 섬모의 끝은 다시 갈라져 있고요. 그래서 각각의 인력이 모아지면 그 결합력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고체 물질의 표면에 접촉한 기체 입자들이 응축되거나 액체 내부 입자들이 부착되면서 ‘흡착’이 일어나는 것이죠. 게코도마뱀의 경우 센티미터 제곱 면적당 약 1㎏의 무게가 매달릴 수 있는 접착력을 자랑합니다.

발이 끈적거리는 곤충 VS 발이 건조한 도마뱀 = 개미, 거미, 그 밖의 곤충들도 도마뱀과 같이 벽면과 천장에 붙어 다닙니다. 그런데 개미와 같은 곤충은 도마뱀과 달리 끈적거리는 점성이 나오는 발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끈적한 발을 가진 곤충과 건조한 발을 가진 도마뱀 간 접착력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부터 말하면 ‘노(N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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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의 발에 있는 액체의 점성 [자료=Walter Feder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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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을 가진 액체가 모세관이나 점성력과 같은 힘이 있기 때문에 표면에 달라붙어 다니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텐데요. 지난달 10일 케임브리지대 월터 페더레 박사 연구팀은 발이 끈적거리는 곤충과 발이 건조한 도마뱀 모두 부드러운 고무가 벽면에 눌러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접촉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새로운 실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한 마디로 끈적거리는 발과 건조한 발의 점착 특성을 서로 비교하는 실험 결과 접착력 차이는 없었다는 것이죠.

끈적한 점성은 뭘 위한 걸까? = 연구진은 끈적거리는 점성이 벽면에서 흡착이 아닌, 발을 떼어내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측 결과 발바닥에 패드가 있는데 이 패드에 있는 점성이 하나의 층(layer)이 돼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덕분에 곤충들이 표면에 부착한 발을 떼어낼 때 그다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저널 ‘연성물질(Soft Matter)’에 ‘젖은’ 생물학적 접착 의존성 및 곤충의 패드 분비 기능(논문명: Rate-dependence of ‘wet’ biological adhesives and the function of the pad secretion in insect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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