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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노벨상에 숨어있는 ICT 기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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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는 ICT 트렌드를 소개해 드리는 'ICT 포커스'시간입니다.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인터뷰]
지난 한 주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과학계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은 한 주였습니다.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에다 평화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은 이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ICT 분야는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ICT 분야가 노벨상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그래서 오늘은 노벨상 속에 숨어있는 ICT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앵커]
ICT 분야가 노벨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정보통신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요. 몇 가지만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사실 ICT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상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먼저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는 상은 미국 컴퓨터 학회(ACM)의 A.M. 튜링상입니다. 컴퓨터 과학 분야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인데요. 구글과 인텔이 공동 후원하고 있으며, 상금은 25만 달러라고 알려졌는데요.

이 상을 받은 사람들 이름만 해도 더글러스 엥겔버트, 앨런 케이, 빈튼 서프 등 ICT 업계에 쟁쟁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컴퓨터 업계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또 미국 국립 기술 아카데미의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 상’도 유명합니다. 해마다 '삶의 질을 향상해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엔지니어에게 주는 상인데요. 공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상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노벨상도 받은 사람이 여럿 있으니까요.

통신 분야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마르코니상'도 있습니다. 무선전신을 발명한 마르코니의 이름을 딴 상인데요, 2012년과 2014년에는 한국 카이스트의 박사과정생이 상을 받아서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졌는데요, 수상 대상은 매년 통신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이바지한 과학자들이고요.

신기술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도 있습니다. 매년 소재, 환경, 공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인데요. 작년에는 가상 화폐와 SNS, 이메일 등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인 이더리움을 개발한 스무 살의 해커가 상을 탔는데요. 때마침 경쟁 후보가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여서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IEEE 상등 ICT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상은 몇 가지가 더 있는데요. 아직 상금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노벨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앵커]
이렇게 다양한 ICT 분야에서 상을 수여하고 있다면, 굳이 노벨상을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요?

[인터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편인데요. 한쪽에선 이미 ICT 분야의 상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노벨상에 정보통신을 포함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 이렇게 주장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다른 한쪽에선 그래도 노벨상인데, 노벨상이란 이름이 주는 권위와 명예가 상당한데, 요즘 같은 세상에 IT에 상을 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렇게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니까, 알프레드 노벨이 오늘날까지 살아있었다면 노벨상에 당연히 정보통신분야를 포함했을 것이라는 거죠.

노벨이 노벨상을 만들었던 취지를 고려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데요. 무엇보다 노벨상이 만들어지던 시절, 그러니까 이 분이 20세기 이전에 돌아가셨는데요. 그때는 응용과학 분야가 명백한 하나의 학문으로서 제 모습을 갖추고 있질 못했거든요. 하지만 굳이 노벨상에 IT 분야가 따로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노벨상 수상자들 가운데 은근히 IT와 관련된 학자들이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앵커]
어떤 연구를 한 IT 분야 연구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나요?

[인터뷰]
대부분 물리학상을 받은 분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무선 전신의 발명자인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이 무선 전신을 개발한 공로로 1909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현대적인 컴퓨터의 근간이 되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쇼클리와 바딘, 브래튼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입니다. 이 트랜지스터는 당시에 사용되던 진공관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인데요. 어린이용 전자 키트 같은 제품들에서 쉽게 보실 수가 있습니다.

이 기술은 컴퓨터 산업의 첫 번째 혁명이었다고 해도 좋은데요. 트랜지스터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들은 아예 존재하지 못했을 겁니다. 한국에서 삼성이나 LG 같은 세계적인 대기업을 배출해내는 것도 불가능했겠죠.

흔히 IC라 부르는 집적회로를 만들어낸 잭 킬비도 2000년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집적회로는 앞서 말한 트랜지스터와 전기회로를 하나의 칩으로 구현한 것을 말하는 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컴퓨터의 CPU가 바로 집적회로의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트랜지스터가 집 크기의 컴퓨터를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가방 크기로 줄이는 기술이었다면, 이 IC는 가방 크기의 컴퓨터를 손바닥 안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 물론 최근엔 정말 어마어마하게 압축을 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그렇게 줄이는 기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이 기술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작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했다는 이야기죠.

또 지난 2009년에는 CCD, 그러니까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는 기술을 개발한 윌러드 보일과 조지 스미스, 광섬유를 만든 찰스 가오가 노벨상을 받았으며,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수 있어서 IT 산업에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간단히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 안드레이 가임 역시 201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앵커]
컴퓨터 산업의 혁명을 이끈 사람들이 모두 노벨상을 받았다니 놀라운데요, 인터넷을 개발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은 경우는 없었나요?

[인터뷰]
앞서 말한 찰스 가오 박사가 인터넷과 연관이 있다고도 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 인터넷 개발에 관여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은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지난 2010년 인터넷에 노벨 평화상을 주자는 운동이 있었다는 겁니다.

2011년에는 위키리크스도 후보에 올라갔었고요.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이때 실제로 노벨 평화상 후보로 올라갔었는데요. 인터넷이 후보로 추천된 이유는 이런 겁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대화를 하고, 더 많은 토론을 하고, 더 많은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야말로 평화를 증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인터넷이야말로 그런 민주주의 확산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노벨상 자체가 사람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라, 인터넷이나 민주주의 같은 일종의 시스템은 수상을 아예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론 노벨 평화상을 엄밀하게 따져보면요, 이 상은 국가 간의 우호나 군비 감축, 평화 교섭 등에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는 상입니다. 단순히 평화를 확산시켰다고 주는 상은 아니란 말이죠. 물론 마더 테레사 같은 분도 수상한 적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인터넷을 개발한 사람들이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인터뷰]
그건 노벨상 위원회에 물어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가능성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은 어떤 원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어떤 네트워크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거든요.

이런 면에서 보자면 앞으로도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진 않습니다. 다만 최근 노벨상 수상 조건에는 얼마만큼 현실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가, 역시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선 앞으로도 인터넷과 컴퓨터의 시대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ICT 관련 수상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노벨상은 여러 가지 비판도 받고 있지만 어쨌든 세계 최고의 권위와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상입니다. 기초 과학의 성장이 ICT 기술의 성장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한 것이 여러모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에서도 기초 과학과 응용과학을 가리지 않고 질 높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IT 칼럼니스트 이요훈 씨와 함께 노벨상에 숨어 있는 ICT 기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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