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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메르스 환자' 탄 119, 14시간 무방비 운행..9명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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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환자로 분류해 '메르스 안전장비' 없이 이송

80번 환자 구급차 다른 환자 3명도 방역조치 없이 이용

안전처 "환자가 감염 숨겨, 질본 확인 14시간 지체돼"

소방당국 "대책본부 늑장 대응으로 피해자 늘어"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판정을 받은 80번 환자를 이송한 119구급대원들이 안전장비를 완비하지 않고 해당 환자를 이송해 현재 격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80번 환자를 이송한 구급차는 소독 없이 다른 환자들도 이송해, 이들이 무방비 상태에서 메르스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민안전처(안전처) 중앙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새벽 서울 강남구 수서119안전센터 구급대원 3명은 80번 환자(남·35)의 신고를 받고 그를 자택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대원들은 이 환자가 메르스로 입원한 사실을 모르고 일반환자로 분류해 이송했다.

119 대원들은 80번 환자 등을 이송할 당시 일반 장갑·마스크만 착용했고 14시간이 지나서야 자가격리 조치 됐다. 80번 환자를 태운 구급차는 이송 뒤 14시간이 지난 뒤 운행정지됐고, 그 사이에 이 구급차를 이용해 다른 구급대원들이 환자 3명을 더 이송했다. 방역당국은 현재 이들 9명(구급대원 6명·시민 3명)의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오는 25일까지 자가격리 조치했다. .

수서119안전센터를 비롯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안전처, 보건복지부는 이날 저녁까지 해당 대원과 구급차에 대한 어떤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새벽 5시9분에 80번 환자를 이송하고 오후 7시28분에 보건복지부 질본관리본부(질본)로부터 양성 판정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14시간동안 무방비 상태였던 것이다.

메르스 의심환자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고열·감염의심 환자를 이송할 경우 보호복, N95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5종 세트)를 착용해야 한다. 메르스 의심 환자를 이송한 구급차는 소독을 한 뒤 운행을 정지해야 한다.

중앙소방본부 관계자는 “80번 환자가 ‘어지럽고 숨쉬기 힘들고 구토 증상이 난다’는 응급상황만 말하고 메르스 환자였다는 것을 밝히지 않아 인지를 못했다”며 “메르스 대비 개인보호장비가 한정된 수량만 있어서 환자를 이송할 때마다 갖춰서 출동할 순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부처 간에 메르스 상황을 공유하는 게 늦어져 피해자가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중앙소방본부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메르스 판정 결과도 통보해주지 않아 11일 저녁에야 직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며 “메르스 판정 결과를 확인하는데 10시간 넘게 지체되지 않았더라면 자가격리자가 줄었을 것이다. 보건당국 대응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소방 쪽에서 전화가 먼저 왔을 수는 있어도 우리가 통보를 안 할 리 없다”며 “일부러 지체한 게 아니라 전문가 회의, 과학적 검토를 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응 체계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고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는 게 이번에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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