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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M+기획…‘개그소극장’①] 개그맨들이 ‘TV 밖 세상’을 꿈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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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돈 내고도 아깝지 않을 좋은 공연 올리려 한다”

코미디언은 예능의 ‘쌀알’

“우리나라 예능에 개그맨이 없는 경우가 있나”


[MBN스타 유지혜 기자] 최근 개그맨들의 공연 소식이 잇따라 들리면서 개그소극장에도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 개그맨들의 ‘롱런’에 대한 갈망과 시청자들의 ‘신선함’에 대한 갈증은 소극장이라는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 초 개그맨 윤형빈은 부산에서 운영하던 윤형빈소극장의 2호점을 홍대 중심가에 내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경규, 김준현, 이수근, 이휘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개그맨들이 윤형빈을 축하하기 위해 총출동했다. 개그계에서는 소극장 개관을 매우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개그계의 인사들은 근래 들어 ‘공연’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에 공연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개그 전문 소극장을 반길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말 개최된 제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 이하 ‘부코페’)에서도 많은 개그맨이 공연개 그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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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리오쑈 포스터


‘부코페’ 부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던 ‘황금어장’ 등을 집필한 작가 최대웅은 “우리나라의 코미디가 방송 코미디로 편중된 건 사실”이라며 “공연 코미디는 한 번 만들기가 어렵지, 한 번만 만들면 1, 2년 장기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공연 코미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기리·김성원·류근지와 함께 ‘이리오쑈(show)’라는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개그맨 서태훈은 “소극장뿐만 아니라 더욱 큰 극장에서도 공연할 수 있도록 다양한 버전의 공연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하며 “공연을 롱런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나중에는 개그맨이 가수 공연에 MC로 초청받는 것처럼 우리 공연에 게스트로 가수들이 초청해 공연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리잡고 싶다”고 장기 공연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KBS2 ‘개그콘서트’의 ‘리액션야구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김지호 또한 “윤형빈소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에 자주 참가한다. 롱런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많은 관객들이 돈을 내고 보셔도 아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넌버벌 개그팀인 옹알스는 제주도에 전용 극장을 오픈할 만큼 ‘브랜딩’에 성공했고, 지금은 별다른 TV 출연 없이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펼치게 됐다. 해외 진출과 더불어 롱런 공연의 선례를 만들어낸 옹알스의 활약 덕분에 개그맨들은 더욱 고무적인 상태다. 비교적 생명력이 짧은 공개코미디의 코너 대신 이들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자신만의 공연이 필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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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형빈소극장 관객과의전쟁 포스터


자신의 이름으로 소극장을 운영 중인 개그맨 윤형빈은 “홍대에 소극장을 개관해보니 많은 관객이 이런 소극장 개그공연을 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저는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서울에 소극장을 열게 된 건데,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도 이런 개그 공연에 목말라한다는 것을 실감헸다”고 짚었다.

그가 말한 대로 시청자들이 개그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TV뿐이다. 개그맨들 또한 대중에 개그를 내놓을 수 있는 창구는 TV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TV 공개코미디는 1주일의 사이클로 돌아가는 바쁘고 짧은 체계다. 이 체계에서 담을 수 없는, 공연만이 줄 수 있는 새로운 웃음에 관객들도 조금씩 반응을 보이고 있고, 개그맨들도 공연을 준비하며 더 깊고 다양한 콘텐츠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대웅 작가는 개그의 발전이 꼭 필요한 이유에 대해 “코미디언 없는 예능은 없고, 이들은 예능의 ‘쌀알’이다. 이들이 살아야 예능계도 더욱 풍성하고 탄탄함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tvN 김석현 국장 또한 “우리나라 방송의 핵심 중 하나인 예능에 개그맨이 없는 경우가 있나”고 반문하며 개그맨들의 발전 필요성이 예능계와 직결돼 있음을 역설했다.

하지만 지금의 개그계는 ‘정체 구간’이다. TV 공개코미디에만 인력이 집중돼 있으니 비슷한 형식과 색깔의 코미디들이 반복되는 현상이 지속됐다.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위기’라는 말이 끊이지 않게 된 이유다. 이런 정체 현상을 타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개그계는 공연 개그에 주목하고 있고,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절차와 시간을 생략할 수 있는 개그전용 소극장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개그 소극장은 개그의 발전을 원하는 개그맨들과 새로운 개그를 보고 싶은 시청자들의 입장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대학로에서 오래 전부터 터전을 일군 갈갈이패밀리홀이나 김대범소극장 이외에도 윤형빈소극장 등 ‘새로운 피’들이 소극장 문화에 들어오고 있고, 개그맨들도 ‘대박극장’이나 ‘이리오쑈’ 등의 전국투어 콘서트를 하며 이런 소극장에도 공연을 올리며 공연개그에 조금씩 활기가 도는 추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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