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6박 7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27일(현지시간) 미국을 떠났다. 출처=/AFP, 연합 뉴스 |
아시아투데이 이계풍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이민자 문제부터 기후변화 대응까지 미국의 주요 이슈들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미국 사회에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가톨릭 전문매체 ‘크룩스’ 등 외신들은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2~27일, 5박 6일간의 미국 방문에서 논쟁적인 현안들을 직접 언급하여 파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 백악관 남쪽 잔디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서부터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상당수 그런 이민자 가정으로 만들어진 이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며 이민 문제를 화제에 올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잇단 ‘반(反) 이민’ 정책공약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어서 히스패닉 등 이민자 출신 미국인들로부터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아울러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하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사형제 폐지 등 민감한 현안을 두루 거론해 역시 보수보다는 진보의 편에 섰다.
기후변화 문제는 인간의 책임이 아니라는 공화당의 입장보다는 그 책임을 인정하고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에 동조하고 힘을 실어준 것이다.
특히 모국어인 스페인어 대신 익숙지 않은 영어로 또박또박 연설한 것은 이런 메시지를 미국인들에게 좀 더 명확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어진 뉴욕 방문에서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권력과 물질적 번영을 향한 이기적이고 무한한 목마름이 천연자원의 남용과 약자의 배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환경 보호를 역설했다.
워싱턴 DC에서 의회 연설 후 곧바로 노숙자 점심 봉사를 한 교황은 필라델피아에서는 교도소를 찾아 재소자들과 만나는 등 약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낮은 행보’로도 미국 사회를 감격시켰다.
교황의 메시지에 감동한 미국인들이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처럼 몰려들면서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미사에는 8만여 명, 필라델피아 2015 세계천주교가정대회 야외 미사에는 100만 명 가까이 각각 운집하는 등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낳았다.
교황이 미국 사회에 일으킨 파장이 가시적인 현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예는 미국 연방의회의 1인자인 존 베이너(공화) 하원의장의 사임 소식이었다.
가톨릭 복사 출신의 독실한 신자로 이번 의회 연설을 성사시킨 베이너 의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설 내내 수차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인 뒤 다음날 전격적으로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CBS 방송에 출연해 연설 직후 교황과의 만남을 회상하면서 “교황이 내 왼팔을 잡고 끌어당기면서 정말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그게 날 울게 하지 않았다면 그 말들을 따라 했을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 교황이 나를 팔로 감싼 뒤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라며 감격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의원의 주도로 미국 의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이 전개된 것도 교황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전체적으로 진보적 입장에 선 교황이 최근 동성 커플에게 결혼 허가증 발급을 거부한 켄터키 주의 법원 서기 킴 데이비스를 방미 기간에 만나고 그의 ‘양심적 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동성 결혼 등 일부 의제에 관해선 보수층의 손을 들기도 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미에서 사회적 이슈에 관해 평소의 진보적 시각을 뚜렷하게 드러내지도 못하고, 보수 가톨릭계가 반대하는 낙태 문제에 대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아 진보와 보수 양쪽을 모두 실망시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판했다.
또 교황이 의회 연설 등을 통해 사형제 완전 폐지를 역설하고 여성 사형수 켈리 기센다너에 대한 형 집행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30일 조지아 주가 사형 집행을 강행하는 등 실질적인 사회 변화까지는 이끌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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