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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도로 위 가로수ㆍ전깃줄ㆍ포트홀까지 담는다…자동차 지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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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자동차 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운전자가 직접 주행을 제어하는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지능화된 첨단 기능이 자동차에 계속 쌓이면서 차 스스로 도로 위 각종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운전자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가 운전을 나눠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운전자가 주행의 상당 부분을 차에 맡기는 자율주행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지도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 길을 안내해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도로 위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도록 지도가 지금보다 더욱 정밀하고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내로라하는 자동차 기업들이 지도개발에 뛰어든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제 지도는 과거 내비게이션의 부속품에서 자동차 미래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황금열쇠’ 같은 존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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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라이다 장비가 장착된 현대엠엔소프트의 고정밀지도 구축차량 [사진제공=현대엠엔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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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100% 복사하라 =현대자동차그룹은 차세대 자동차 기술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ADAS(Advanced Driving Assistance Systems;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 관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찌감치 초고정밀 지도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그룹의 차량인포테인먼트 전문기업 현대엠엔소프트는 이미 2011년부터 대당 15억원인 차세대 고정밀 지도 구축 차량을 도입해 지도소프트웨어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이 차량에는 미국 순항미사일 ‘토마호크’에 장착된 레이다가 탑재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라이다(LiDAR; Laser Radar)가 1초당 수십만 개의 레이저 빛을 쏴서 도로의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여기에 디지털 카메라 4대가 초당 200번씩 360도 회전하면서 영상을 촬영하고, 관성측정장치가 측정한 경사도를 합성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면 도로의 굴곡, 고도까지 볼 수 있는 입체지도가 완성된다.

이렇게 되면 지도만으로도 교통사고 주범으로 꼽히는 도로 위 파인 곳(포트홀)이 어디에 위치하고 전선이 늘어진 곳이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신호등과 횡단보도는 물론 가로수ㆍ가로등 등 각종 주변 환경도 지도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상 사람의 눈으로 보는 모든 도로 위 모습이 100% 지도에 담기는 셈이다. 이처럼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도는 현대차그룹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이 같은 기술을 완성차에 최종적으로 적용하는 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엠엔소프트가 지도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현대모비스가 모듈 작업을 실시하면 이를 갖고 남양연구소에서 양산차에 적용ㆍ검증하는 방식”이라며 “조만간 한차원 향상된 지도를 고개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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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독일차 3사가 인수한 노키아의 HERE 지도서비스 구현 장면. 목적지 실사와 지도를 나눠 보여준다. 왼쪽 사진은 터치를 통해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출처=HER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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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업들의 합종연횡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공룡’들이 막강한 지도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돌입하자 서로 경쟁하던 자동차 기업들이 똘똘 뭉쳐 이에 대항하기 시작했다.

최근 독일 자동차업체인 BMW와 다임러, 아우디가 노키아의 지도서비스 ‘히어’(Here)를 28억 유로(약 2조6000억원)에 공동인수했다. 히어는 한때 세계 최대 휴대전화 기업이었던 노키아가 네트워크 업체로 탈바꿈한 뒤 구글맵과 경쟁하기 위해 지난 2013년 첫선을 보인 지도 서비스다. 현재 131개국에서 노키아 히어가 이용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자율주행 차량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키아 히어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구글이나 우버, 애플 등에 히어의 기술력이 넘어가기 전에 선제적으로 손을 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외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이미 노키아 히어 고정밀 지도를 통해 도로 곡률, 오르막ㆍ내리막 경사 등의 정보를 스스로 읽어 차선 유지와 주행 속도 조절 등을 수행하는 시험차 개발에 돌입했다.

BMW와 다임러, 아우디가 노키아 히어의 지분을 동등하게 보유키로 한 것도 이들 간의 공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들 3사는 히어 인수로 자체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구글이 각각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개발해 차량에 탑재한 가운데 자동차 업체들이 IT기업들의 데이터에 의존해야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3사는 히어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커넥티드카 플랫폼을 만들어 구글과 애플의 대항마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로버트보쉬와 네덜란드 디지털 지도업체 탐탐은 무인차에 필요한 고해상도 디지털 지도 개발에 협력키로 해 지도개발을 놓고 글로벌 기업 간 협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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