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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스크린도어 참사는 시작일 뿐"…'안전의 외주화' 재앙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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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외주화 증가세, 파견·용역 근로자 1년새 1만명씩 증가…"원청업체의 안전 책임 지워야"]

머니투데이

29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지하철 정비업체 직원 조모(29)씨가 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껴 숨진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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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7시3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외주업체 직원 조모씨(28)가 전동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전동차 운행시간 중 스크린도어를 긴급 정비할 때는 2~3인이 한 조를 이뤄야한다는 안전 규정과 달리 홀로 작업하다 전동차를 피하지 못했다.

사고 후 서울메트로 측은 "스크린도어 운용과 유지·보수는 외주업체인 E사가 전담하고 있고, 서울메트로는 관련 안전 관리 방침을 E사에 요구한 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극적인 인명사고가 역사 내에서 전동차에 의해 발생했지만 원청업체인 서울메트로는 사고의 책임 논란에선 사실상 'E사의 문제'라며 한 발을 뺀 셈이다.

노동계에선 '안전 업무의 외주화'를 이번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원청업체에 비해 전문성·예산·인력이 부족한 외주업체가 안전 업무를 전적으로 떠맡을 경우 사고 재발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메트로 외에도 최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안전업무 외주화 사례가 늘어나면서 원청인 기관·공기업들에 '감독·관리'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철도·도로 등의 공공시설은 일단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안전 관리 책임의 100% 외주화는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외주 문제의 단면…"근본적 해결책 없었다"

스크린도어 사고는 안전업무 외주화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2년 7개월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2013년 1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업체 직원 심모씨(38)는 작업 중 전동차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다.

당시에도 전동차 운행이 끝난 '야간에만 스크린도어를 수리한다'는 규정이 존재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를 점검할 때 2~3인이 한 조를 이룰 것 △전동차 운행 시간에는 스크린도어 안에 들어가지 말 것 △ 스크린도어 안에 들어갈 때는 미리 보고할 것 등의 안전 규정을 E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전히 '외주업체의 문제'로 서울메트로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갑'인 원청업체의 요구를 신속 처리하는 게 지상 과제인 하청업체로선 안전 부문에서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하청업체들은 주로 저가 낙찰로 사업을 수주해 '효율성'에 몰두하다 보니 근로자 안전 문제는 자연스럽게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며 "성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 서울메트로가 낸 권고안도 형식적인 대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외주 업무 증가세…"사용자가 최소한의 조치 취해야"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목표 아래 공공부문은 최근 외주 업무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추세다. 31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간접고용의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공공부문에서 2011년 9만9643명이던 파견·용역 근로자는 2012년 11만641명까지 늘어났다. 특히 안전이 취약한 업무는 외주화의 단골 소재다. 원청업체가 관리하기 부담스러운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겨, 만일의 사고 발생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외주화'가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 국장은 "외주가 늘어날 수록 공정이 세밀화 되다 보니 의사소통이 뒤처지게 된다"며 "다른 공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작업을 하다가 고장이 나고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12월 인천 계양역 인근 선로 위에서 동파방지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은 자정이 넘은 한밤중에 작업을 나가면서도 막차 시간이 언제였는지도 통보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에서부터 사용자 측이 안전 관리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근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공공부문에서 안전 업무를 외주로 줬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두 손을 놔버리면 안 된다"며 "실무는 외주 근로자들이 하더라도 안전 감독자를 붙여주는 등 최소한의 조치는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김민중 기자 mi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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