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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기업 나와 창업하면 '비정상'이라는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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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창업 전쟁터에서 승리을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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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캐리커처=김현정 디자이너


스타트업 업계엔 대기업 출신 창업자들이 꽤 많은데도 내가 12년 반 동안 근무한 LG유플러스를 박차고 나와 창업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의 눈길로 바라본다.

'창업은 위험한 것, 실패하면 패가망신. 대기업은 안정적이고 행복이 보장되는 곳' 등의 인식 때문인 것 같다. 즉, 대기업 퇴사 후 창업하는 것은 대단하지만 비정상이라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대기업 나와 배고픈 벤처기업 창업가가 되는 건 정말 무모한 짓일까? 난 대기업 출신들이야 말로 보다 적극적으로 창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제는 창업 실패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조직의 구조, 특히 돈이 흘러가는 구조를 보면 대기업에서 또 다른 기업 즉,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회사에 취직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내가 창업한 팀와이퍼는 ㈜한국스타트업, O2O본부, 배달세차 '와이퍼'팀으로 이라고 볼 수 있는 것.

이는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예전처럼 신용불량자나 실패자로 낙인 찍히는 게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에서 다른 팀으로 이동해 새 업무를 부여받듯 말이다.

그리고 많은 벤처캐피탈(VC)이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실패한 경험에 가점을 부여한다. 사업에 실패했던 사람들도 후배 창업가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며 그들의 경험과 특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는데도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창업 시장은 결코 드라마 '미생'에서 말했듯 "안은 전쟁이지만 밖은 지옥"으로 볼 정도로 절망적 상황은 아니다.

두 번째는 대기업 출신 인재가 스타트업에서 활약할 많은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대기업에서 익힌 조직·리소스 관리, 정량적 분석, 수직적 커뮤니케이션 경험 등은 이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딜리버리 손세차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대기업에서 얻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일반 관리자) 역량을 극대화하고 전문가 역량을 보강하면 이상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마지막 이유는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 있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 시스템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있다. 고도 성장기에 완성된 시스템은 노후화 돼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가라앉고 있는 오래된 배에서 더 늦기 전에 빨리 튼튼한 쾌속정을 구해 갈아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의 유전자를 적극 교환해 체질을 개선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대기업에 있을 때에는 신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려 발버둥 치곤 했다. 대기업에 나와 보니 그땐 몰랐던 해결책이 너무 간단하게 떠오른 경우가 많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싸우느라 다른 세상의 법칙과 효율성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기업 종사자들에게 창업을 강요하고 싶진 않다. 창업의 목적이 돈에 있다면 창업을 재고하길 바란다. 창업 성공 확률로 보면 대기업 연봉 이상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낮다. 벤처기업를 달리 벤처라고 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모험이다. 모험과 치열한 삶에 가치를 두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살아 남을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만 허락하는 곳이다.

대기업에서 할 만큼 했고 이제 자신만의 무언가를 찾아 모험을 떠나고 싶다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건 어떨까. 모험은 생각보다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이 있는 따뜻하고 안락한 빌딩 밖, 스타트업 세상에 펼쳐져 있다.

문현구 팀와이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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