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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중국 열병식 통제·규제는 사상 최고 수준"…사실상 계엄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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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공간 통제 조짐도…中누리꾼들 찬반 엇갈려

연합뉴스

'열병식' 앞두고 예행연습하는 中 여군들.(AP=연합뉴스DB)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내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과 관련한 중국 당국의 통제와 규제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중국인은 이번 열병식이 국가의 최대 경축행사라는 점에서 일정한 통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열병식 통제와 규제는 크게 '안전 확보'와 '대기 오염물질 감소'라는 두 가지 방향성을 띠고 전개되고 있다.

우선 '안전 확보'와 관련, 열병식 20여 일 전부터 베이징 도심 곳곳에 공안병력과 차량, 준군사조직인 무장경찰들이 배치됐다.

특히 열병식 당일과 전일에 톈안먼(天安門), 왕푸징(王府井) 등 일부 도심지역은 사실상 계엄(戒嚴) 수준의 경계가 펼쳐진다.

시내 중심에서는 무선인터넷, 이동전화 전파가 차단되고 열병식이 열리는 시간에는 항공기 운항도 중단된다.

3환로(環路) 이내 창안가(長安街) 인접 건물은 임시폐쇄되거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관련 통지가 이미 건물주들에게 발송된 상태다.

창안가에 인접한 아파트들은 최근 입주민들에게 "9월 3일 오전 0시부터 낮 12시 창안제 쪽 창문을 열거나 베란다 밖으로 나와서 있어서도 안 된다. 사진을 촬영해서도 안 된다"고 공지했다.

이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스모그 없는 열병식'을 연출하기 위한 규제도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

베이징시는 지난 20일부터 시내 전체에 대해 차량 2부제 시행에 돌입했고, 시내 건축 현장에 대해 공사를 중단토록 했다.

차량 2부제가 베이징시 외곽에 해당하는 5환로 밖으로까지 확대돼 시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알려졌다.

또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 산시(山西)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산둥(山東)성, 허난(河南)성 등 북방 7개 지역은 28일부터 내달 4일 자정까지 오염물 방출을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감축해야한다.

석탄보일러, 제조업체 및 콘크리트 반죽업체 등 총 1만 2천255개사가 운행을 임시 중단하게 된다.

이 같은 대기오염 물질 감소조치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베이징에는 최근 일주일 가까이 쾌청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열병식 통제 조치는 온라인 공간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당국은 중국인들이 서방언론 사이트 등에 접속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상사설망(VPN) 등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을 전격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적 반대 목소리에 대한 통제도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베이징의 일부 시민들은 "중국의 이번 열병식 통제와 규제는 역대 최고 수준인 것 같다"면서도 국가적 행사인 만큼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 누리꾼은 "하루의 '황제 열병식'을 위해 기업들의 생산권리와 백성들의 통행권리를 보름 가량 희생시키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민주국가"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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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철저한 통제 속에 열린 중국 열병식 공식 리허설.(연합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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