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필 편지로 짚어본 당시 상황
이순신 |
9일 공개된 충무공(忠武公) 이순신 장군의 친필 간찰(簡札·편지)은 임진왜란 말기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간찰의 크기는 가로 20.7㎝, 세로 24.5㎝며, 족자로 만들어져 있다. 해군사관학교박물관 기획연구실장 이상훈 교수는 10일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정재정) 중회의실에서 열리는 임진왜란 발발 420주년 기념 한·중 워크샵에서 이번 간찰에 담긴 내용을 분석한다.
조선은 명 군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대대적으로 했으며, 조정에서 보낸 관리뿐 아니라 지역 유림들도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간찰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어제 유격(계금 장군의 벼슬 명칭)이 와서 ‘백진사가 와서 정성스레 대해준 것에 감사한다. 이에 조선 유림의 믿음이 두텁고 정중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간찰에 등장하는 ‘백진사(白進士)’는 백진남(白振南·1564~1618)으로 당시 문장과 글씨로 이름이 높았던 인물이다. 그는 임진왜란 말기 이순신의 막하에 합류했다.
이순신 장군은 명 수군제독 진린의 본대 합류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편지 작성 시점 며칠 후 진린이 1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조선에 도착했으며, 넉 달 후인 11월 19일 벌어진 노량해전에는 약 2만 4000명의 연합군이 참전해 대승을 거두게 된다. 이 전투로 7년간 계속됐던 조선과 일본의 전쟁은 끝이 났다. 이 교수는 “이순신 장군의 침착함과 철저한 준비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서지학자 김영복씨는 “이번 간찰의 필체는 『난중일기』와 흡사하다. 부드러우면서도 강골 있는 충무공의 필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번 편지에 나오는 조선 유림 관련 내용은 호남 출신 의병들의 활약을 기록한 『호남절의록(湖南節義錄·1799)』과 백진남의 문집인 『송호집(松湖集·1832)』에도 적혀 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 편지 번역]
늦더위가 곱절이나 혹독합니다. 바야흐로 그리워하며 생각했는데 이제 정한을 받으니 직접 뵙는 듯하여 위로되고 입은 은혜를 말로 다하지 못합니다. 저는 근래 더위 중에도 명나라 장수들이 머무는 곳의 일로 분주하고 아울러 배탈이 나서 몸이 편치 않아 고민스럽습니다. 어제 유격이 말하기를 “백진사가 와서 정성스레 대해준 것에 감사한다. 이에 조선 유림의 믿음이 두텁고 정중한 것을 알았다” 했으니 아름답고 명예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어서 감탄하여 마지못하겠으며 국가로서도 역시 영광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왜적에 관한 일은 비록 얽혀 있기는 하나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천만 다행입니다. 진도독은 금일간 진에 당도한다고 하며 저와 계대인이 함께 강진에 가려 합니다. 보름 사이에 한번 왕림해서 진도독의 위풍이 어떨지 보시지요. 각 읍에 두루 보내주신 것들은 모두 이곳에서 만들지 못하는 물품들이라 거듭거듭 감사드립니다. 나머지 말은 다하지 못하고 엎드려 우러르며 삼가 답장을 올립니다. 무술 칠월 초팔일 고애자 이순신 올림
[편지 원문]
老炎倍酷(노염배혹) 方懸思想(방현사상) 今承情翰(금승정한) 如復對床(여복대상) 慰沃佳言(위옥가언) 孤哀近患暑奔(고애근환서분) 走唐將處(주당장처) 兼得水痢(겸득수리) 爲悶爲悶(위민위민) 昨日(작일) 遊擊(유격) 曰(왈) 白進士爲送人致情(백진사위송인치정) 多謝多謝(다사다사) 乃知朝鮮儒林(내지조선유림) 信厚鄭重也(신후정중야) 不勝佳譽(불승가예) 欽嘆不已(흠탄불이) 爲(위) 國家亦爲光焉(국가역위광언) 賊事雖曰(적사수왈) 紛?(분운) 尊可勿動(존가물동) 千萬幸甚(천만행심) 陳都督明日間(진도독명일간) 當到陣(당도진) 孤哀與季爺(고애여계야) 偕往康津(해왕강진) 月望間(월망간) 往見都督威風如何(왕견도독위풍여하) 惠及各邑皆非作處之物(혜급각읍개비작처지물) 謝感謝感(사감사감) 餘不盡(여불진) 伏唯(복유) 尊照(존조) 謹奉答狀上(근봉답장상) 戊戌七月八日(무술칠월팔일) 孤哀子(고애자) 李舜臣(이순신) 狀上(장상)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이영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misqu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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