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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내일 '결합상품' 규제 개선안 발표…통신·케이블업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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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동전화+케이블TV' 묶는 '동등결합' 실효성 도모로 가닥…非SKT 진영 "불만족"

뉴스1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매장에 결합상품 할인 판매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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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정부가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유료방송 등을 묶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결합상품'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다. 이동통신3사와 케이블TV업체 등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관련 업계들이 이번 개선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통위는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고안건으로 '방송통신 결합상품제도 개선안'을 상정한다. 그동안 케이블TV업계가 강력히 요구했던 '동등할인 도입'은 포함시키지 않고 기존 고시에도 명시된 '동등결합' 관련 규정을 보다 세분화해 시장에서의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결합상품 논쟁의 뜨거운 이슈는 '동등할인' 도입 여부였다. 현재 결합상품 시장에서는 '결합하면 방송 공짜, 인터넷 공짜' 등 무료 미끼 마케팅이 넘쳐나고 있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 등 상품별 할인이 각각 들어가지만, 이 할인액을 특정상품으로 몰아줘 특정상품은 무료라는 식으로 광고하는 것이다. 방송이 주력 상품인 케이블TV 업계는 무료 마케팅 때문에 '방송은 공짜'라는 인식이 퍼지고, 이통3사처럼 이동전화 상품이 없어 경쟁력 격차로 타격이 크다고 호소해 왔다.

'끼워팔기' 허위·과장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등할인 도입이 절실하다는 게 케이블TV업계의 주장이다. 상품별 할인율을 동등하게 하고 이를 이용약관에 명시,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와 방송, 초고속인터넷 상품에 10%씩 동등하게 할인하도록 하고 각각 1만원, 5000원, 5000원씩 총 할인액 2만원을 초고속인터넷 등 한 상품에 몰아주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정조준하면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50%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이 결합상품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별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주무부처인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러나 동등할인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번 개선안에도 동등할인은 도입되지 않을 예정이다. 상품별 할인율은 사업자의 경영 전략으로 이를 동등하게 묶어버리면 영업 자유를 제한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지난달 간담회에서 "동등할인은 각 사업자들의 영업과 마케팅 자유에 심대한 제한을 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동등할인 대신 '동등결합'에 손대기로 했다. 동등결합은 인가 대상자인 사업자가 결합상품을 판매하면, 경쟁 사업자도 인가 대상 사업자의 상품을 포함시킨 결합상품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한다. SK텔레콤이 이동전화와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묶는 것처럼, 케이블TV사업자도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상품과 묶어 할인할 수 있는 것이다. 동등결합은 현재도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세부안 마련이 복잡해 시장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행 고시에도 동등결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실제 상품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며 "그 이유는 관련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선안을 통해 동등결합 관련 규정을 세분화할 것"이라며 "규정이 명확해지면 시장에서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안을 두고 케이블TV업계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통3사도 사업자별로 서로 다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케이블TV업계는 워낙 동등할인을 강력히 요구해 왔지만 도입하는 건 무리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며 "동등결합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는 하지 않지만 동등할인이 빠진 점에 대해 이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동등결합도 취지는 좋지만, 경쟁사의 상품과 결합시켜 원가, 마케팅 비용, 마진 등을 계산한다는 건 굉장히 복잡한 일"이라며 "동등할인이 어렵다면, 초고속인터넷, 방송 등에 따로 들어가는 할인율 격차라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SK텔레콤 모바일과 SK브로드밴드 유선상품을 결합하는 'TB끼리'라는 상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데, 동등할인이 빠진 것만으로 타격을 줄일 수 있다고 예상해 선방했다는 분위기"라며 "KT와 LG유플러스는 동등결합만으로는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 문제를 막는 데 역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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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케이블TV 방송사업자들이 지난 7월 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방송시장 정상화 및 결합판매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결의대회에서 '동등할인 제도 도입 촉구'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했다. /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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