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아프간 20대 가장 '꿈', 호주 난민시설에 갇혀 수포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구금시설 4년째 갇혀 있다 심장마비 사망…치료 미흡 논란

연합뉴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모국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20대 후반의 가장이 호주 난민수용시설에만 수년째 갇혀 있다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졌다.

3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아프간 출신 모하마드 나심 나자피(28)는 지난달 31일 밤 서호주 용가 힐 수용시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나자피는 2주 전부터 가슴이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했으나 의사조차 만나지 못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진통제나 수면제 수준의 처방만 받은 것으로 수용시설 동료들은 전했다.

한 동료는 "나자피가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면서 "그들이 그를 죽게 내버려뒀다"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주장했다.

수용시설 내 의료서비스는 월~금요일 업무시간에만 제공되는 만큼 주말이나 밤 시간대에 환자가 발생하면 대응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자피는 아버지 등 가족이 탈레반에 살해된 뒤 아프간을 탈출, 선박을 통해 4년 전 호주에 도착했으며 계속 수용시설에 갇혀 있었다.

호주 당국에 체류 허가를 요구해왔지만 '단지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는 하소연을 수용시설 동료에게 한 것으로 공영 ABC 방송은 전했다.

그에게는 아이 2명이 아프간에 있고 아내는 인도에 불법 입국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시설의 한 동료는 "그는 항상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 자기의 꿈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나자피가 결국 숨졌다는 소식이 퍼지자 당시 수용시설 안에서는 분노한 수용자들이 의자를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난민지원단체는 나자피가 수주 전에는 호주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추방을 기다리는 외국인들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난민지원단체들은 나자피의 사망과 관련, 당국에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호주 이민부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할 것"이라며 수용자들은 호주 일반인이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cool21@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