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다음카카오 '핀테크' 모습은? "카카오뱅크 명령어 하나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호영 다카 모바일뱅크TFT 부사장…"개발자가 이끄는 은행…대화창에서 모든 금융서비스 구현"]

머니투데이

#필리핀 출장을 앞둔 A씨, 환전을 위해 카카오톡을 켜고 '@카카오뱅크 필리핀 3만 페소'라는 메시지를 입력한다. 입력 직후 A씨의 카카오뱅크 계좌에서 3만 페소 만큼의 금액이 환전된다. A씨는 출국 직전 공항에서 3만 페소를 받을 수 있다. 환전을 위해 은행을 방문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환전 수수료도 기존 은행보다 낮다.

핀테크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져올 혁신은 어떤 모습일까. 28일 오전 서울 테헤란로에서 열린 굿인터넷클럽의 '인터넷전문은행, 과연 금융혁신을 가져올 것인가' 강연에서 혁신의 방향성 일부가 공개됐다.

이날 강연의 패널로 참석한 다음카카오의 윤호영 모바일뱅크TFT 부사장은 인터넷은행에 대해 "개발자가 이끄는 은행을 구현하고 싶다"며 "카카오뱅크 계좌는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과 연동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다음카카오가 대규모 사용자 기반과 높은 보안성을 갖춘 카카오뱅크를 구축하고, 핀테크업체들이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매달 지급되는 이자를 현금뿐 아니라 '애니팡', '레이븐' 등 게임 아이템으로 받을 수 있거나,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카카오뱅크'를 입력하면 결제·송금·환전 등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 밖에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핀테크업체들과 함께 구축하겠다는 게 다음카카오의 목표다.

다만 윤 부사장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선 "다음카카오의 사업계획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부사장은 "금융은 분명한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규제 안에 들어가서 핀테크를 구현하겠다는 게 우리의 접근법"이라면서도 "규제를 하나씩 바꿔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핀테크업체의 목소리를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금융에 들어와서 업체들과 함께 이런 부분을 바꾸면 더 좋아질 거라고 얘기하면 금융위원회에서 전향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핀테크업체들과 협력해 생태계를 구축한 뒤 금융당국에 규제 변화에 대한 의견을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다른 패널들도 인터넷은행이 예대마진 영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은행과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개인의 요구를 맞춰줄 수 있는 게 기술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자를 조금 더 주는 방식이 아니라 서비스의 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미래의 은행은 결국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가는 것"이라며 "자신의 은행 폴더 안에 지불은 A업체, 국제송금은 B업체, 목돈관리는 C업체 등을 넣어놓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회사가 독점하는 인터넷은행이 이런 일을 다 할 순 없다"면서 스타트업들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대형 인터넷은행 설립 중심의 핀테크 육성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문용준 SK C&C 부장은 "기존 은행들은 소프트웨어 능력뿐 아니라 의지도 없기 때문에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만들어서 추진해야 한다"며 "국내는 훌륭한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돈이 없으면 바로 망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터파크가 인터넷은행 진출을 선언하면서 자본금을 3000억원 정도로 잡았는데, 실제 인터넷은행 중 가장 작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을 설립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자본금 조건을 갖춰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최저 자본금을 250억~500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면 임 센터장은 대형 인터넷은행 설립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작은 스타트업들의 혁신이 대기업을 해체하는 상황을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인터넷은행이라는 대기업을 만들어 주고 혁신을 이뤄내라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의 우산 속에 있는 은행은 혁신하기 어렵다"며 "각 영역에 깊이 파고드는 전문 스타트업들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해 법을 바꾸고, 예외적 취급을 하는 건 일관성에 어긋난다"며 "금산분리 등 소유구조 문제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예외적으로 소유구조를 허용하면서 인터넷은행 사업자의 비지니스모델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사전적 제한이 있는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