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포클레인 기사로 일하는 김진우(42·가명)씨는 지난 16일 한 인터넷 카페에 '위결(위장 결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한국 국적을 얻으려는 외국인 여성과 2년 동안 서류상 혼인관계를 유지하기만 하면 400만원대의 목돈을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였다.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김씨는 베트남, 몽골, 중국의 여성으로부터 네 차례의 전화를 받았다. 네 명의 여성과 흥정 끝에 3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재직증명서, 호적등본을 떼 우편으로 보냈다. '결혼'은 정부 당국의 심사 승인을 얻어 가장 먼저 돈을 입금하는 여성과 하기로 했다. 김씨는 "사업에 실패했고, 아내와도 이혼한 상태였다. 월 200여만원의 수입으론 내년쯤 대학 갈 아들의 학원비를 댈 엄두가 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카페에만 위장 결혼을 원하는 이들의 글이 50개쯤 더 올라와 있었다. 남성은 '위결(위장 결혼)합니다'로, 여성은 '위결 원합니다'라는 식으로 이메일 등의 연락처를 남겨두면 쪽지 등으로 연락하는 방식이다. 위장결혼의 사례비는 대략 350만~400만원이다. 위장 결혼을 할 때 브로커를 끼고 하면 소개비만 700만원이 들기 때문에 이 같은 인터넷 직접 연결에 더 많은 사람이 몰린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다른 회원 정상호(32·가명)씨도 김씨처럼 이혼남이다. 2년 전 다리를 다치면서 직장을 잃고, 아내와도 이혼하면서 살길이 막막했다. 그는 "직장을 잃은 뒤 부모님께 매달 보내드리던 생활비 50만원도 중단했다"면서 "중풍을 앓고 있는 부모에게 목돈이라도 드리려고 위결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 20만명에 불과하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는 현재 140여만명으로 10여년 새 7배 증가했다. 이 중 위장 결혼이 탄로 나서 추방당하는 외국인은 한 해 약 1000명에 달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엔 노숙인, 독거노인, 장애인 등의 신분증으로 불법 위장 결혼을 알선했다면 최근엔 목돈을 구하려는 남성들과 외국 여성들이 1대1로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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