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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테헤란 르포> 핵협상 시한 앞두고 기대·긴장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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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잘돼 제재 풀렸으면" vs "핵문제는 변명에 불과"

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테헤란은 겉으론 여느 날과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계속됐지만 묘한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다.

테헤란 남부의 가장 큰 재래시장인 테헤란 바자르에서 만난 바시르(55)씨는 "핵협상이 성공했으면 좋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발레"(그렇다)라는 대답을 거듭했다.

바시르 씨는 "미국의 경제 제재때문에 장사가 더 안되고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미국은 싫지만 핵협상이 내일 잘 돼서 제재가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바지 가게를 운영하는 이자드(34)씨 역시 핵협상을 지지한다면서 "아마 이란 국민 90%는 찬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핵협상으로 제재가 풀리지 않고서는 이란 경제가 좋아질 방법이 없다"며 "시한인 내일 당장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결국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가게에 들른 마수드(30)씨는 "일부 노년층이 핵협상을 반대할 뿐"이라며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제재가 해제되지 않을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이날 이란 언론 역시 대부분 핵협상 자체에 대해선 타결돼야 한다는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보수 성향의 카이한은 6일자에 이란 핵협상으로 이스라엘 정권이 난처해졌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반서방 성향의 일간지인 만큼 핵협상이 이란과 미국의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핵협상판을 깨야 한다는 주장은 하지 않았다.

핵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은 외환시장에서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테헤란 바자르에서 만난 사설 환전상 하셰미 씨는 달러 대비 이란 리알화 가치가 최근 상승세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하셰미 씨는 짤막한 영어로 "비에네.(빈) P5+1"이라고 답했다.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이란과 P5+1(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의 핵협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셰미 씨는 기자에게 1달러에 3만2천리알을 주겠다고 했다. 기자가 지난달 28일 이란에 입국한 직후 환전했을 보다 1천리알 떨어진 환율이다.

다른 환전상 쿠로쉬 씨는 "핵협상이 되면 달러가 많이 이란으로 쏟아질 것"이라며 "리알화 가치는 당연히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러나 시한이 임박하면서 핵협상을 반대하는 측의 여론전도 볼 수 있었다.

테헤란 시내엔 전날부터 "핵문제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적한 대형 광고판이 곳곳에 내걸렸다.

광고판엔 크고 화려한 막대사탕을 쥐고 있는 그림을 넣어 서방의 핵협상 제안이 '사탕발림'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사탕을 쥔 손가락엔 P5+1 가운데 이란과 우호적인 중국과 러시아 대신 이스라엘 국기를 넣은 점이 눈에 띄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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