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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그리스 위기> 그리스, 유로화 대신 '드라크마화'로 회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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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자금줄 끊기면 자체 통화 도입해야할 수도

통화 변경시 경제적 혼란 불가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그리스 국민투표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대결이 아니라 '유로'와 '드라크마'(그리스 옛 화폐단위)의 대결이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채권단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그리스 국민투표를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이 말을 빌리자면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유로'가 지고 '드라크마'가 승리했다.

6일(현지시간) 국민투표 최종 결과발표를 앞두고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 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남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투표 전 호주공영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 도입 후 예전 조폐기를 부숴버려 드라크마화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말대로 채권단안을 거부한 국민투표 결과가 곧바로 그렉시트나 유로화 사용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그리스는 '의도치 않게' 유로화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투표 당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국민이 '반대'를 택한다면 다른 통화를 도입해야 할 것이고 새 통화가 도입되는 순간 유로존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유로를 지급 수단으로 쓰는 그리스가 공무원 월급과 연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새 통화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트표결과로 인해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마저 끊기게 되면 현금이 마를대로 말라버린 그리스로서는 국가경제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체 통화인 '뉴 드라크마화'를 찍어내야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화폐 단위를 바꾸는 것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그리스가 1832년부터 써온 드라크마화를 버리고 1999년 다른 유럽국가들과 함께 유로화를 채택했을 때에도 첫 유로화 유통 이후 정착까지 3년간의 과도기를 거쳤다.

리처드 포츠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블룸버그에 "역사적 전례를 비춰봐도 통화 변경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경우 신속하게 전환할 역량이 있는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화폐를 디자인하고, 워터마크나 특수잉크 등 위조 방지장치를 추가하고, 액면가를 결정한 후 발행해 효율적으로 전국에 배분하는 것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더 복잡한 것은 그 이후다.

기존 화폐인 유로화와 어떤 비율로 환산해야 할 지가 우선 중요한 문제다. 과거 드라크마화를 유로화로 전환할 때는 340.750 드라크마를 1유로 환산한 바 있다.

통상 통화를 전환할 때 구 화폐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데 비해 이번 경우 유로화가 그리스 외 여러 유럽나라에서 계속 유통된다는 점이 큰 변수다.

일단 전문가들은 드라크마가 도입되면 드라크마의 유로화 대비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은 드라크마 가치가 최소 20%에서 최대 85%까지 절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드라크마의 가치가 하락하면 더욱 더 빨리 화폐를 찍어내야 할 것이고 자본통제 연장과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그리스가 자체 통화를 도입할 때 장점은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드라크마화를 찍어낼 수 있고 공무원 임금과 연금도 새 화폐로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찍어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신뢰도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든 통화 변경에 따른 단기적인 경제혼란은 불가피한 것이다.

이처럼 화폐 제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리스에서는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가 보도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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