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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일교섭 운명 가른 이코모스의 '풀 히스토리'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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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역사 알게하라"…日 '등재시기' 논박 핵심고리로

연합뉴스

일본 나가사키(長崎)가 제작한 군함도 팸플릿으로 유람선을 타고 군함도에 가는 방문자에게 제공된다. 이 팸플릿에는 조선인 노동자의 존재가 기술돼 있지 않다.


(본·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김효정 기자 = "각 시설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해석 전략을 마련하라."

일본이 5일(현지시간) 메이지시대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한 결정적 '전환점'이 사실상 이 한 문장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이른바 '전체 역사' 권고다.

세계유산위원회 결정의 기초적 판단을 제공하는 이코모스는 지난 3월 패널 심의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에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리고 5월 초 이를 일본에 비공식 전달했다.

이코모스의 권고는 세계유산위 결정에 그대로 원용될 확률이 큰 만큼,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사실상 등재를 막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그러나 이코모스의 권고에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권고보고서에 '전체 역사'를 알리라는 내용을 권고 사항에 담아, 일본 정부가 한정한 등재 시기(1850년~1910년) 바깥의 역사를 드러내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일본은 2009년 잠정목록 등록시에 없던 '등재 시기'를 지난해 1월 제출한 공식 신청서에는 포함시켰다.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1910년까지로 시기를 설정한 것은 강제징용 인정을 피해가려는 꼼수였다.

이를 감안하면 이코모스의 권고는 사실상 1940년대에 집중됐던 조선인 강제 노동을 가리킨다고 우리 정부는 해석했다.

협상 전망이 비관론으로 기우는 가운데 나온 이코모스의 이 권고를 통해 우리 정부는 '등재 시기' 핑계에 맞설 핵심적인 근거를 얻었다. 전체 역사 권고는 유네스코 사무국이 작성한 등재 결정문 원안에도 그대로 실렸다.

정부는 일본뿐만 아니라 유산위 위원국들을 설득하는데도 이코모스의 권고를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정부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민간 기구인 이코모스가 특정 국가의 우려를 권고에 반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국내외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 정부는 이코모스의 심의 과정에서 우리 전문가들의 견해와 데이터 등을 담은 의견서를 세 차례에 걸쳐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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