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냄새로 갑상샘암 환자 판별하는 ‘개코’

과학이 조련하는 특수목적 犬

[동아일보]
최근 군 당국이 토종견인 진돗개를 처음 군견으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진돗개는 충성심이 강해 자신을 돌봐 주던 군견병이 전역하면 통제가 어려워 군견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희수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진돗개의 ‘TH’ 유전자에서 특정 염기서열 패턴이 존재하는지 확인한다면 군견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역대 최고의 검역탐지견으로 인정받는 ‘데니’의 복제견들. 2012년 1월 태어난 이들은 9개월간의 훈련을 거쳐 검역 탐지견으로 투입됐다. 동아일보DB

○ 특수목적견 핵 추출해 복제견 만들기도

김 교수는 3년 전부터 군견으로 활동하는 독일산 셰퍼드의 혈액을 이용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뇌에서 발현되는 TH라는 유전자가 셰퍼드의 임무 수행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김 교수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과 용맹성, 지능 등이 뛰어난 셰퍼드에게서는 공통적으로 TH 유전자의 염기서열에서 특정한 패턴이 발견됐다”면서 “토종견인 삽살개도 TH 유전자에 동일한 염기서열 패턴을 가진 경우가 발견된 만큼 진돗개에게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TH 유전자 관련 연구 결과를 지난해 4월 일본유전학회가 발행하는 ‘유전자 및 유전 시스템(Genes & Genetic Systems)’에 게재했다.

군견이 되기 위해서는 기질이나 신체 능력도 중요하다. 김종석 진도군 진도개사업소 연구사는 “진돗개는 진도가 고립된 섬이었을 때부터 사냥을 하며 생존해 왔기 때문에 수렵에 뛰어나고 귀소본능이 강해 군견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진돗개는 한국 산악 지형에 적응된 품종인 만큼 군견으로 활용할 경우 고관절이 약한 셰퍼드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임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특수목적견의 체세포에서 핵을 추출해 일반 개의 난자에 치환해 넣는 방식으로 태어날 때부터 특수목적견의 자질을 갖도록 만드는 복제견도 등장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2012년부터 특수목적견 25마리를 복제해 119구조대와 관세청 등에 공급해 왔다. 경찰청도 경찰견 복제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특수목적견 16마리를 얻었다. 고응규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는 “복제견 25마리 중 70∼80%가 훈련을 통과하고 현장에 투입될 만큼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우수한 군견의 체세포를 얻어 복제한 ‘블랑코’. 작년 11월에 태어난 블랑코는 현재 폭발물 탐지견 훈련을 받고 있다. 경찰특공대 제공

○ 암세포 냄새 맡아 암 환자 초기 진단

특수목적견의 활동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도널드 보데너 미국 아칸소대 의대 교수팀은 ‘프랭키’라는 이름의 독일산 셰퍼드를 훈련해 소변 냄새만으로 갑상샘암을 앓고 있는 환자를 판별하는 데 성공해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내분비학회에서 발표했다.

보데너 교수팀은 프랭키에게 갑상샘암 환자의 암 조직 냄새를 각인하는 훈련을 한 뒤 34명의 소변 냄새를 맡게 했다. 암세포에서 나오는 특이한 화학물질의 냄새가 나면 프랭키는 바닥에 누웠다. 프랭키는 34명 가운데 30명을 맞혀 88.2%의 정확도를 기록했다. 보데너 교수는 “프랭키의 암 진단 정확도는 목에 바늘을 찔러 넣는 갑상샘암 조직검사법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비용이 들지 않고 비침습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초기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불법 DVD 유통을 막는 데 특수목적견을 활용했다. 래브라도 레트리버 2마리는 광학디스크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냄새를 분간하도록 8개월간 훈련을 받은 뒤 실제로 2006년과 2007년 영국 런던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화물에 섞여 있는 불법 복제 DVD를 찾아내는 등 맹활약했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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