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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태국 정부, 탁신 前총리 여권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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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紙 ALC 인터뷰 문제 삼아 국가 명예훼손 혐의 조사]

태국 왕실·쿠데타 관련 내용 일절 보도되지 않았는데

민주주의를 살려야 한다는 당위론적 언급에 발끈한 듯

조선일보

태국 정부가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탁신 친나왓(66·사진) 전 총리의 여권을 취소했다. 태국 정부는 탁신 전 총리가 지난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태국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외교부는 27일 "탁신 전 총리의 인터뷰 내용 일부가 태국의 안보와 명예를 거스를 수 있다는 경찰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여권 취소 사유가 된다"며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탁신 전 총리가 소지한 태국 여권 2개가 이날 취소됐다. 이어 태국 경찰은 탁신 전 총리에 대해 국가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어떤 인터뷰를 문제 삼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태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탁신 전 총리가 한국의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지난해 태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의 배후가 태국 왕실이라고 시사한 데 대해 태국 정부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방콕포스트는 "어떤 인터뷰가 문제라고 정부가 밝히지 않았지만 탁신 전 총리가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작년 태국의 군사 쿠데타 배후에 몇몇 세력이 있다'고 말한 이후 (여권 취소) 조치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본지의 탁신 전 총리 인터뷰 기사(5월 21일자 A4면)나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세션에서는 태국 왕실이나 작년 쿠데타와 관련한 내용이 일절 나오지 않았다. 인터뷰 기사에서 탁신 전 총리는 "태국의 민주주의를 살려야 한다" "태국에서만 정치가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 아쉽다"는 정도를 언급했다. 군사정권에 대해서는 "민생 문제는 민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민을 마치 휘하 장병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다만 인터뷰 장면을 편집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랐는데, 여기에 기사·세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 일부 포함돼 태국 정부가 문제 삼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영상에서 탁신 전 총리는 "군사정부가 경우에 따라 왕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는 군인 출신이기 때문에 생각하는 범위가 일반적인 사람하고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언급을 군사정부가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민감하게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태국 내에서는 '레드 셔츠'라 불리는 탁신 전 총리의 지지 세력이 상당하다.

이번 여권 취소 조치는 상징적인 것으로 보인다. 탁신 전 총리는 망명 생활 중 몬테네그로와 니카라과 국적을 얻었기 때문에, 태국 여권이 취소돼도 이동의 자유가 제약되진 않는다. 사업가 출신인 탁신 전 총리는 2001년 총선에 이겨 총리에 올랐지만 2006년 쿠데타로 실각한 후 10년째 해외에 머물고 있다.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2011년 선거에서 집권했지만, 작년 5월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쁘라윳 현 총리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에서 물러났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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