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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경복궁서 128년 전 국내 최초 전기발전소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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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발전소 발굴현장 전경과 위치(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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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관련 출토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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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28년 전 궁궐을 환히 밝힌 한반도 최초의 발전소 터가 경복궁에서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시작한 경복궁 흥복전(興福殿) 권역 영훈당(永薰堂) 터 일대 발굴조사 결과 국내 최초의 발전소이자 전기 발상지인 '전기등소(電氣燈所)'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27일 발표했다.

영훈당은 경복궁 흥복전과 향원지(香遠池) 사이에 있다. 내각회의와 경연(經筵), 외국 공사 접견 등 왕의 편전(便殿ㆍ임금이 평상시에 거처하는 전각)으로 사용되던 흥복전의 부속 전각이다. 고종 연간에 건립됐으나 일제강점기인 1917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을 중건하기 위해 경복궁 내 여러 전각을 헐어낼 때 흥복전 등과 함께 철거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그동안 향원지의 북쪽과 건청궁(乾淸宮) 남쪽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전기등소의 위치가 향원지 남쪽과 영훈당의 북쪽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곳에서 원료인 석탄을 보관하던 탄고(炭庫)와 발전소 터 등 1887년 최초로 세워진 전기등소 관련 유구와 함께 아크등(arc lamp)에 사용된 탄소봉, 연대(1870년)가 새겨진 유리 절연체 등 유물도 출토됐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전기등소의 정확한 위치가 규명됐으며 백열전구가 아닌 아크등이 사용된 흔적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우리 전기 발전사의 연구에 있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추진 중인 '경복궁 복원정비계획'에 따른 경복궁의 원형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지병목(53) 국립문화재연구소 고고연구실장은 "이전까지는 전기발상지의 위치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번 발굴로 정확한 위치를 찾았다"며 "고려대 소장 경복궁 배치도에 전기등소가 확인이 되는데, 이 기록을 제대로 참고하지 못한 것도 확인이 됐다. 사료적 가치들의 재정비도 된 것이다. 1887년 처음 가설한 전기등소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80마력 정도의 전력이 가동됐다"고 설명했다. 민병근(51) 한국전력공사 전기박물관 학예사는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전기가 도입된 나라다. 일본 궁성이 2년 정도 빠르다"며 "고종이 경복궁 건청궁(왕과 왕비의 거처)에 전등을 설치한 것은 고종 10년 시기, 왕권 강화와 서양문물과 과학문명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조선 왕실은 미국의 신문물을 시찰하고 온 사절단인 보빙사(報聘使)의 건의에 따라 1884년 에디슨 전기회사와 전등설비를 위한 계약을 맺고 1886년 11월 미국인 전등기사 매케이(McKay)를 초빙해 1887년 1월 처음 전기등소를 완공했다. 발전규모는 16촉광(燭光ㆍ1촉광은 양초 1개의 밝기)으로, 백열등 750개를 점등할 수 있는 설비로 알려졌다. 최초 점등일은 1887년 1~3월로 추정되며 건청궁 내 장안당(長安堂)과 곤녕합(坤寧閤)의 대청과 앞뜰, 향원정 주변의 등을 밝혔다. 향원지에서 물을 끌어올려 전기를 생산해 '물불'이라 불렸으며, 불안정한 발전 시스템 탓에 건달꾼처럼 제멋대로 켜졌다 꺼졌다 한다해 '건달불'이라고도 했다.

한편 영훈당 터에서는 영훈당 본채와 함께 부속 행각지 등 건물지 여섯 동이 확인됐다. 이번에 조사된 영훈당의 칸 수와 용도는 조선 시대 궁궐의 각 전각의 명칭ㆍ위치ㆍ발자취 등을 적은 책인 '궁궐지(宮闕誌)'와 1907년경 제작된 경복궁의 평면 배치도 '북궐도형(北闕圖形)'의 기록과 일치하며 본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행각이 서로 잇닿은 '일(日)'자형의 평면 형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내부에서는 각 칸의 용도를 알 수 있는 아궁이와 구들시설 등이, 외부에서는 기단시설, 담장지, 배수(排水)와 배연(排煙)시설 등의 부속시설이 발견됐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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