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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임시 피란처는 구했지만…로힝야족의 계속되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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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인정받아 새 정착지 구하는 데 수년…"미래 막막"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바다를 떠돌며 굶주림에 시달린 미얀마의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 난민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임시 피란처를 구했지만 악몽은 계속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 주간 바다를 떠다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땅에 내려 죽음의 공포를 면한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 난민 3천여 명이 이번엔 기나긴 난민 신청 행렬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1년 내로 본국에 돌아가거나 3국에 정착하는 조건으로 이들을 받아줬지만 공식적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정착지를 찾는 데 짧으면 수년, 길면 10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난민으로 공식 인정을 받더라도 이들을 받아주는 나라는 거의 없는데다 대기 중인 신청자도 이미 너무 많고 주변국 난민기관 역시 밀려드는 업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는 이미 로힝야족 20만 명이 있다. 이들 중 난민으로 공식 인정받은 이들은 3만2천600명에 불과하고 적법한 행정절차에 따라 다른 나라에서 새 삶을 시작한 이들은 수백 명 수준이다.

말레이시아에도 난민 인정을 받아 타국행을 기다리는 로힝야족이 4만5천여 명이 있다. 이번에 새로 들어간 로힝야족 등이 난민 인정을 받고 싶어도 행정절차에만 수년이 소요된다.

기다리는 동안 역시 고통의 연속이다. 우선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구직이 어렵다. 여기에다 아이들은 공립학교에 갈 수 없고 정부 지원금도 없다.

운 좋게 미국에 정착한 로힝야족도 있다. 지난해 1천 명 정도 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10∼15년을 기다려 미국에 갈 수 있었다는 게 인권단체 얘기다.

3주간 세 아이를 데리고 바다를 떠돈 로힝야족 하시나 에자하르(28)는 "유엔에서 난민지위를 얻는다해도 정착할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는 여전히 모른다"면서 "우리의 삶은 그저 대기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말레이시아에서 18년간 대기 상태로 살며 불법 취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는 로힝야족 안와르 아흐마드는 "말레이시아에 머물 수 있는 건 감사하지만 좀더 강력한 공식 지위가 아니면 여기서 미래가 없다"고 토로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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