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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천재수학자 존 내시 `영화같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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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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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자 게임이론 대가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천재 수학자 존 내시 부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프린스턴대 수학 교수인 존 내시(86)와 부인 얼리샤 내시(82)가 지난 23일 미국 뉴저지 뉴어크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자택이 있는 프린스턴대 캠퍼스로 이동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숨졌다. 뉴저지 경찰당국에 따르면 내시 부부가 타고 있던 택시가 뉴저지 턴파이크 인근에서 추월을 시도하다 중심을 잃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택시 밖으로 튕겨나간 내시 부부는 현장에서 절명했다. 내시 부부는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돼 노르웨이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뒤 귀국해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존 내시는 1994년 게임이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내시는 1949년 21세에 쓴 32쪽짜리 프린스턴대 박사 학위 논문 '비협력게임'을 통해 '내시균형(Nash equilibrium)'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내시균형은 게임 참가자들이 각자 상대방 선택이 주어진 것으로 보고 서로 자신에게 최선의 전략을 선택하면 그 결과가 균형을 이루는 최적 전략의 조합을 말한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가 바로 '내시균형'의 대표적인 예이다.

내시균형은 다른 기업과의 경쟁, 기업 조직 개편, 무역협상 등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경제학 외에도 사회과학, 생물학 등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내시균형 게임이론을 개발한 내시는 경제학의 지평을 확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학을 단순히 희소 자원의 최적 배분을 논하는 학문에서 경쟁과 최적의 선택을 다루는 학문으로 발전시켰다는 게 경제학계의 찬사다.

이 같은 학문적 업적에도 존 내시는 1959년 30대 초 발병한 정신분열증에 30여 년간 시달리면서 아내 얼리샤와 수차례 이별과 재결합을 반복했다. 당시 동서 냉전시대 속에서 미국 정부 요청으로 비밀리에 소련 군부의 암호를 해독하는 일을 하기도 했던 그는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감시하고 따라다닌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교수직에서 물러나 정신병원에서 오랜 시간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인생의 대부분을 따라다닌 정신분열증과 싸우면서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내시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내시 역을 맡았던 배우 러셀 크로는 내시 부부 사망 소식을 접한 뒤 트위터를 통해 "충격적이다. 존과 얼리샤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 뷰티풀 마인드. 뷰티풀 하트"라는 추모의 글을 올렸다. 프린스턴대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성명을 내고 "고인의 비범한 업적은 게임이론에 영향을 받은 여러 세대 수학자, 경제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밝혔다.

1928년 내시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블루필드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전기엔지니어였고 모친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내시는 어릴 때부터 숫자와 관련해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고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공대(현 카네기멜론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50년 22세 나이로 내시균형을 소개한 논문 '비협력게임'으로 프린스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내시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강의를 하다가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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