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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65년전 낙동강전투서 못돌아온 남편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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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美 엘리엇 중위 자녀들… 경북 왜관 찾아 모친 유골 강에 뿌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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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에서 실종된 제임스 호머 엘리엇 중위의 아들인 미국 해병대 출신 제임스 레슬리 엘리엇 씨(오른쪽)와 딸 조르자 래 레이번 씨가 24일 전투 현장인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 옆에서 모친의 유골을 뿌린 뒤 애도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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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만에 드디어 두 분이 함께하게 됐습니다. 이곳 낙동강에서 이제 평화롭고 행복하게 영원히 지내실 겁니다.”

24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호국의 다리’ 옆 낙동강변. 6·25전쟁 당시 최후의 방어선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낙동강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환갑을 훌쩍 넘긴 벽안(碧眼)의 남매는 올 2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유골을 낙동강에 뿌렸다. 1950년 연락이 끊긴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한 한 많은 어머니다.

낙동강전투에서 실종된 제임스 호머 엘리엇 미 육군 중위(실종 당시 29세·사진)의 아들 제임스 레슬리 엘리엇 씨(68)와 딸 조르자 래 레이번 씨(67)는 어머니의 유골과 국화꽃 한 다발을 낙동강에 뿌린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부둥켜안은 두 사람의 뺨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엘리엇 중위는 6·25전쟁이 일어난 지 두 달 후인 1950년 8월 실종됐다. 당시 23세였던 부인 알딘 엘리엇 블랙스톤 여사는 친정으로 집을 옮겨 두 자녀를 키우며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고 한다. 두 자녀도 아버지를 찾기 위해 매년 워싱턴에서 열리는 6·25전쟁 참전 미군 실종 장병을 위한 회의에 참석해 다른 참전용사 가족들과 정보를 주고받았다.

아버지가 실종될 당시 두 살이었던 레이번 씨는 이제 일흔을 앞두고 있다. 그는 어머니의 유골과 함께 고국에서 써온 편지에서 “아버지는 진정으로 믿었던 가치를 실현하다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군인 중의 군인”이라며 “아버지가 정말 자랑스럽고 아버지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가보훈처가 마련한 미군 실종 장병 유족 초청행사를 통해 18일 한국을 방문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미 국방부 합동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 통계에 따르면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 참전 용사는 7800여 명에 달한다”며 “참전 용사 재방한 행사와 별도로 실종자 유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실종 장병 26명의 유족 49명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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