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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선심성 공약'은 지자체를 어떻게 망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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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최악의 재정난은 선심성 공약 때문…'책임 묻는 시스템' 필요"

[대전CBS 김정남 기자]

노컷뉴스

대전 동구청사.


직원 인건비도 해결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놓인 대전 동구의 사례는 '선심성 공약'이 지자체를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5. 4. 24 "직원들 월급도 못 주는 대전 동구청")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잘못된 사업 이행에 대해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민선 4기 당시 이장우 대전 동구청장은 가오동 일대 700억원짜리 신청사 건립에 나섰다.

95억원을 들여 주민센터 2곳도 새로 지었다. 2008년 영어마을 열풍이 불자 동구에는 원어민 교육을 하는 대전국제화센터도 들어섰다.

민선 4기 4년간 추진된 각종 건립사업 규모는 1천억원에 달한다.

9억원이 투입된 '국화향나라전' 등 지역 축제도 열었다.

민선 5기와 6기 동구는 '빚 갚기에도 버거운'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

동구는 매년 60억원씩 오는 2022년까지 신청사 건립비를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 필요한 예산 가운데 592억원은 아직 편성하지 못했다.

민선 4기에 지은 대전국제화센터는 들어선 지 7년 만에 결국 운영이 중단됐다.

한현택 동구청장은 재정난 타개를 위해 예산문제에 잔뼈가 굵은 이호덕 대전시 예산담당관을 동구 부구청장으로 영입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예산전문가 부구청장도 수백억대 빚더미 앞에서 획기적인 타개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빚을 갚기는커녕 기초연금 등 중앙정부발 복지사업 부담금에 채무이자까지 더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난 2005년 63%였던 동구 재정자립도는 2010년 33%, 지난해 16%까지 곤두박질쳤다.

행정·복지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되거나 축소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상황.

"상황이 이런데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꼬집는다.

정용길 충남대 교수(경영학)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따져봐야 된다"며 "그래야 앞으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구의 여건이 고려되지 않은 사업이 추진되면 의회에서 이를 막거나, 선거 때 주민들이 표로서 심판을 해야 하는데 동구는 둘 다 이뤄지지 않았다"며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긴 어렵더라도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집행부가 국제화센터 운영을 포기한 것과 관련해 의회가 공세를 가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이 과거부터 이어진 무리한 사업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에 제동을 걸지 못한 의회의 책임 역시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선 4기 당시 후반기 동구의장을 맡았던 김종성 의원을 비롯, 박영순·이나영 의원은 민선 6기에도 동구의원을 맡고 있고 당시 동구의원이었던 윤기식·황인호 의원은 현재 대전시의원이다.

민선 4기 이장우 동구청장은 지난 2012년 동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jn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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