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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수진의 SBS 전망대] 따루 "한국 엄마들이 유별나게 잘하는 건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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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핀란드어판 번역한, 따루 살미넨 (방송인)

▷ 한수진/사회자:

신경숙 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국내에서는 이미 유명한 베스트셀러고요.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소개가 돼 화제가 됐는데요. 최근에는 핀란드에서도 출간이 됐다고 합니다. 한국 문학 작품이 핀란드어 판본을 얻은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번역 작업을 하신 분 누군가하고 봤더니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방송인 따루 씨가 맡았다고 합니다. 따루 씨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지금 핀란드에 계시다고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네. 맞습니다. 지금 여기 밤 12시 반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너무 늦은 시간에. 아이고 고맙습니다.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네.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주막은 어떻게 하고 거기까지 가셨어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아 거긴 알아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근데 주막도 하시고 바쁠 텐데, 언제 번역 작업까지 하셨대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네. 그것이 한참 걸렸죠. 사실 벌써 작년 한 봄 쯤에 제가 핀란드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아서, 이렇게 번역해달라고 연락을 받았거든요? 그때부터 한 6개월 동안 계속 작업을 했는데요. 아무리 해도 해도 안 끝나더라구요. 근데 이번에 운 좋게 책이 이제 나왔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니까 핀란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먼저 제의를 하신 거군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예. 맞습니다. 그쪽이랑 한국문학번역원이라고 있거든요. 그쪽에서 지원을 받아서 이제 현지 핀란드 출판사랑 연결을 해가지고요. 이렇게 핀란드어판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지금 핀란드에서 한국문학작품이 소개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면서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네.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이렇게 바로 한국어에서 바로 핀란드어로 번역된 건 처음이라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물론 그 전에 어떤 미국에 사시는 교포 헬렌 킴이라고 있는데요. 그분의 쓰인 책이 핀란드어로 된 건 있긴 있어요. 근데 이번에 완전 한국말 작품은 처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정말 의미가 있네요. 근데 사실 이 번역이라는 게 참 힘들잖아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문학작품을 다른 언어로, 글로 옮기는 거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어렵지 않으셨어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당연히 어려웠죠. 굉장히 어려웠죠.그러니까 이거 '엄마를 부탁해'를 보면서 정말 감동적이고 울컥하기도 하고, 이런 감정을 핀란드 독자들한테 옮겨줘야 되잖아요. 그런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특히 거기에 한국 음식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예를 들자면 젓갈, 조개젓갈, 멸치속젓, 뭐 황석어젓.. 이런 거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구, 이런 거 핀란드에 없는 것들인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이렇게 하여튼 고민을 많이 했는데, 하여튼 고민하니까 그냥 좀 설명을 조금 붙여서 이렇게 번역을 하게 됐습니다. 하다 보니까 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그러면 그런 건 번역을 하셨어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아. 그냥 음식 이름 같은 경우에는 조금 더 풀어서 설명을 했죠. 예를 들자면 청국장은 콩을 발효시켜서 만든 거다. 이런 식으로 얘길 했죠. 그래야 여기 현지 독자들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사실 또 우리말이 하나의 뜻을 가진 단어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서, 그 미묘한 뉘앙스 때문에 번역하는 분들이 참 힘들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따루 씨는 어떠셨어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예. 맞습니다. 사실 제가 한국어를 전공하기도 했고 그렇지만요. 특히 한국 소설을 보면요, 굉장히 좀 효율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러니까 좀 함축적인 의미가 많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이런 관형사형 종결어미 같은 거 많거든요. 예를 들자면, 제가 예를 하나 들어도 된다면요, 이런 문장이 있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서 있는 엄마는...'인데, 여기 '돌아가는', '서 있는' 이런 거 있죠? 이걸 이제 관형사형 종결어미라고 하는데요. 이런 게 한국어로는 한 문장으로 아주 예쁘게, 짧게 이렇게 가능한데요. 이걸 핀란드어로 풀려고 하니까 말이 길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느낌을 그대로 살려야 하니까 열심히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어려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유, 정말 큰일하셨어요. 아니 그런데, 번역 제안 있기 전에 이미 이 소설을 읽어보셨어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사실은 안 읽었어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왜냐하면 제가 한국어를 배울 때 단편소설 좀 읽었거든요. 소나기라든가 이런 것들 읽었는데요. 근데 저는 소설 쪽을 진짜 좋아하는데, 근데 영어로나 다른 언어로 읽어보신 적 있으시면 아시겠지만, 모국어로 읽어야지 그 느낌이 살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그런 게 좀 있어서, 그런 거 때문에 제가 이런 긴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예. 근데 어떠세요? 번역하고 읽어봤더니 좀 어떠시던가요? 작품이.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아. 정말 아름답고요. 그리고 언어는 한국어지만 그래도 주제 자체가 '엄마'이기 때문에, 핀란드 사람이든, 영국 사람이든, 독일 사람이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차피 똑같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굉장히 감동적으로 봤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엄마 이야기니까, 이게 참 전 세계인들이 그래서 공감을 하나 봐요.

사실 이게, 이 작품이 미국에 이어서 유럽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하고요. 벌써 전 세계 35개 나라에 소개가 됐다고 하거든요. 이게 엄마 이야기라, 엄마 이야기라 더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이 되는데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그렇죠.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한국의 어머니들은 어떻게 보면 조금 좀 과한 자식에 대한 애착이랄까요. 또 희생 같은 거, 이런 정서들을 외국에서는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음. 제 생각에는요. 사실 엄마는 어딜 가든 기본적으로 똑같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든가, 사랑이라든가. 그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정서는 비슷하다고 보거든요.

단, 이제 한국 엄마들이 좀 특별하게, 유별나게 좀 잘 하는 게 뭐냐면, 간섭이에요. 그러니까 자식들이 결혼했는지, 안 결혼했는지 이런 게 있잖아요?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지, 안착하는지 이런 거에 대해서 굉장히 간섭을, 적어도 제 주위에서 많이 하는 것 같은데, 핀란드 엄마들은 그런 거는 생각은 해도, 생각은 똑같은데 간섭은 별로 안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제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그래서 한국 엄마가 내가 핀란드어를 공부하겠다고 했으면 아마 말렸을 거예요. 적극적으로.

근데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아빠는 말리진 않았는데 나중에, 한 10년 지나니까 저한테 얘길 했어요. 사실은 처음에는 '야, 나중에 우리 따루가 한국말을 배워가지고 과연 취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엄청 걱정을 많이 했답니다. 근데 말을 안 했을 뿐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런 면에서는 또 핀란드 엄마들과 한국 엄마들이 좀 다른 거예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네. 맞습니다. 네.

▷ 한수진/사회자:

따루 씨가 이번 작업하면서 어머니 생각도 좀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많이 했죠. 왜냐하면 아마 저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럴 것 같은데, 엄마는 그때까지 저한테 그냥 '엄마'였어요. 그러니까 여자나 사람보다는 먼저 엄마의 존재였거든요.

근데 이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아, 정말 우리 엄마도 꿈이 있었겠구나. 그리고 아직도 꿈이 있겠구나. 어린 시절도 있었을 테고, 또 학창 시절도 있었을 테고..'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아이 곁에 있을 때, 있을 때 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저도 그런 생각 좀 했는데 말이죠. 자, 이 한국문학이 핀란드에서 첫선 보이게 됐는데, 이왕이면 반응도 좋았으면 좋겠어요.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맞아요. 저도 그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는 핀란드에서는 주로 북한을 통해서 알려졌거든요.

물론 한류, K-POP 이런 것도 있지만 아직은 비교적 모르는 나라다 보니까 이번 계기, 이번 소설을 계기로 좀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런 가교 역할을 좀 열심히 해보려고요.

▷ 한수진/사회자:

예. 아유, 정말 큰 작업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따루 살미넨/<엄마를 부탁해> 핀란드어판 번역

예.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방송인 따루 씨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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