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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워싱턴 출장' 마친 최경환 부총리가 한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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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외교 무대서 '맏형' 역할 자처…지원 약속

AIIB·IDB 지분율 높이기 목소리 내기도

연합뉴스

최경환 부총리가 18일(현지시간)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계속 뺑뺑이를 돌려서 어찌나 힘들던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연쇄 일정을 18일(이하 현지시간) 모두 마무리했다.

그는 이날 저녁 기자단과의 식사 자리에서 숨가쁘게 달려온 나흘간의 소회를 한마디로 그렇게 정리했다.

최 부총리가 농담삼아 말한 '뺑뺑이'는 각국 재무장관, 국제기구 수장과 잇따라 돌아간 면담자리다. 최 부총리는 공식 회의 일정 사이사이에 사전에 주선해 놓은 10여 차례의 양자 면담 일정을 소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중국 재무장관을 만나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이익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고, 알베르토 모레노 미주개발은행(IDB) 총재와의 회동에서는 IDB 지분율 확대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우리나라가 각종 국제기구에서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만큼의 '목소리 내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경제 수장인 최 부총리가 만나야 할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신흥국 '맏형되자'…목소리 내고 베풀고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기간에 한국은 신흥국들의 '맏형' 역할을 자처했다.

사정이 넉넉지 않은 나라들을 위해서는 베풀었다.

최 부총리는 출장 첫 날인 15일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만나 한국과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개발도상국 지원 사업에 앞으로 4년간 3억 달러(약 3천300억원)를 투입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정부가 만든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나가는 이 지원금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지역의 인프라·환경·교육 사업 등에 쓰이게 된다.

최 부총리는 이집트 국제협력부 장관을 만나서는 이집트의 개발 수요에 맞춰 EDCF를 통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개발도상국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세계은행 개발위원회에선 한국인 낳은 국제기구 수장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총재, 올해 IDB 의장이 된 최 부총리가 머리를 맞대 눈길을 끌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국제기구 대표 자격으로 한국계 인사가 동시에 세 사람이나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회의에서는 신흥국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번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회의의 결과물인 '공동선언문(코뮤니케)'에는 한국의 제안으로 거시건전성 조치와 적절한 자본이동관리 조치로 금융 불안에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금리 인상 후폭풍 등으로 급격한 자본이동이 나타났을 때 신흥국이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조치를 하면 선진국 등 주변국이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려울 때 도움을 줘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우려 할 때 신흥국들을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며 "기업들이 진출해 사업하기 쉬워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 국제기구 지분율 높이기 외교에도 '올인'

최 부총리는 각종 국제기구의 지분율 확보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국제사회에서의 목소리 크기가 지분율로 대변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의 '뜨거운 감자'는 신흥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IMF의 지배구조 개혁안이었다.

미국의 IMF 지분율이 17.7%인 반면 중국은 4.0%로 6위에 그치면서 지배구조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개혁안은 이미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됐다.

선진국 지분 6%를 신흥국에 넘겨주고 IMF 재원을 두 배로 확충하는 내용이지만, 미국 의회가 비준을 거부해 5년 가까이 개혁의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의 개혁안 이행 요구에 미국이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주도의 AIIB 출범 이후 나타난 변화다.

IMF 관계자는 "개혁안 이행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벼르고 회의에 들어간 신흥국 대표들을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이 협조를 약속하며 간곡히 설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이 또다시 시간을 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AIIB 출범 이후 미국 의회 쪽에서 경각심을 갖는 것 같다"며 "미국 대표의 태도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은 AIIB와 미주지역 개도국의 경제 발전을 목적으로 한 기구인 IDB 지분율 확보를 위한 행보도 이어갔다.

최 부총리는 "AIIB와 관련해 중국 재무장관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설립 단계부터 참여해 한국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AIIB 지분율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구매력환산 등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3∼5%대가 예상된다.

정부는 또 '기회의 시장'으로 보고 있는 중남미 진출의 터를 닦기 위해 IDB 내에 설립된 민간투자 기구인 '뉴코(NewCo)'의 지분을 늘리기로 했다.

일부 선진국이 증자를 포기하는 등 상황에 따라 10% 내외 뉴코 지분이 새로운 인수국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 부총리와 이번 출장에 동행한 기재부 간부들은 IDB 경영진을 만나 지분율 확대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chopark@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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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현지시간) '한-세계은행 협조융자 MOU'에 서명하는 최경환 부총리(왼쪽)와 김용 세계은행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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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세계은행에서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 최경환 부총리와 하니 케이드리 디미안 이집트 재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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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가 17일(현지시간) 러우 지 웨이 중국 재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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