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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대학=취업학원’ 아니다…대학가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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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상아탑 연쇄 구조조정

“군대에 다녀오니 입학할 때와 다른 학과에 소속돼 있었다”

한때 SNS를 뜨겁게 달궜던 이 에피소드는 더 이상 대학가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최근 수년 간 대학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휴학을 하고 돌아오니 학과가 없어졌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니 다른과 학생이라며 수업을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 했다’는 식의 하소연은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앙대, 건국대 등 소위 ‘인 서울’ 대학까지 학과 통폐합을 시작하면서 대학교육 자체의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무분별한 학교 측의 학과 통폐합을 비난하며 ‘효율성’만 강조하지말고 대학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

주요 대학들이 학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선 가운데 상당수의 학생들이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무분별한 학교 측의 학과 통폐합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학교 모습.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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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기자가 서울대, 건국대, 중앙대 등 서울의 일부 대학을 직접 방문해 대학생들을 만나본 결과 상당수의 대학생들은 ‘대학=취업학원’으로 인식하는 학교의 태도에 반발심을 갖고 있었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김영우(26ㆍ가명) 군은 “대학 구조조정이 효율성을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따지는 기준은 결국 취업률”이라며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부르는 것도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인만큼 취업률에 근거해 이뤄지는 현재의 구조조정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성신여대 김인영(23) 양도 “학교는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경쟁력이 있는 학과 위주로 대학을 운영하려고 하지만, 이런 학과 통폐합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피해를 안길 것”이라며 “소속학과가 달라져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사전에 예방하지 않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은 “대학에 취업준비만을 하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생은 “대학이라는 곳은 어떤 학문을 세분화해서 깊이 배우는 곳”이라며 “등록금이 이렇게 비싼 우리나라 사립대학이 금전적 문제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구조조정’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강원대학교 사회교육과에 재학 중인 김영민(26ㆍ가명) 군은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구조조정에 대해 충분히 고지받지 못했고, 구조조정의 이유와 방식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며 “구조조정을 통한 학과 통합은 긍정적이지만 당장 눈앞의 예산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다보면 학생들의 반발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정난에 허덕이던 지방 사립대에서 유행하던 학과통폐합이 서울 주요대학으로까지 넘어오면서 진리의 전당인 대학교육이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지혜ㆍ김진원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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