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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가난한 대통령의 값진 가르침… 한국 SNS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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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무히카 어록 화제… 출판계도 평전 발간 경쟁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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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록 가난하지만 마음은 절대 가난하지 않습니다. 삶에는 가격이 없는 겁니다.”

대학생 김성재 씨(28)는 요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80·사진)의 어록을 자주 되새긴다. 김 씨는 2월 무히카 전 대통령의 퇴임을 다룬 외신을 접한 후 그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무히카 전 대통령의 농장 생활 사진을 찾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곤 했다. 김 씨는 “취업도 막막하고 무언가 희망이 없어 보이는 현실에서 무히카의 말과 행동이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젊은이들이 퇴임한 남미의 대통령에게 열광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무히카 전 대통령 관련 글을 경쟁적으로 올리곤 한다. ‘무히카 어록’이란 글과 함께 재임 기간 중 대통령궁을 노숙인에게 내주고 농장에서 생활하는 사진, 대통령 월급의 90% 이상을 기부한 일, 낡아빠진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몰고 다니는 사진을 소개하며 ‘왜 우리나라엔 이런 지도자가 없냐’는 내용이 많다. 회사원 강지현 씨(33)는 “인터넷에서 무히카 대통령의 어록을 보고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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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호응을 먼저 읽은 곳은 출판계다. 무히카 전 대통령 평전을 국내에 번역 출간하려는 출판사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A출판사 관계자는 “무히카 일생을 다룬 평전 ‘조용한 혁명’ 판권 경쟁이 붙어 선인세가 5만 유로(약 60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았다”며 “최근 외국 서적 선인세로는 높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B출판사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가제)이라는 또 다른 평전을 준비하는 등 4월 중 무히카를 다룬 평전이 여러 권 발간될 예정이다.

한국과 먼, 그것도 퇴임한 우루과이 대통령이 국내에서 조명받는 것에 대해 국내 사회지도층에 대한 불신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그의 선행을 다룬 책이 쏟아졌던 현상과 유사하다”며 “국내 정치인들에겐 없는 진정성과 헌신을 해외 지도자의 스토리에서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도자에 대한 갈증은 평전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드러난다. 동아일보가 인터넷서점 예스24와 2004∼2015년 11년간 해외인물 평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1위는 ‘스티브 잡스’(민음사), 2위는 ‘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이 차지했다.

실천문학사 이호석 팀장은 “취업, 고용불안, 양극화 등 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다 보니 혁신적인 인물의 평전을 보면서 희망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음사 신동해 편집부장은 “선진국에서는 해당 인물을 둘러싼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역사적 사료’로 평전을 보는 반면 국내에서는 평전 속 인물의 리더십을 통해 무언가 배우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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