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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에어포켓' 덕분에… 침몰 어선 日선원 15시간만에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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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하코다테 앞바다서… 구조대원들도 포기않고 수색

"춥습니까?" "네."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函館)시 앞바다에 가라앉은 어선 속에서 죽음의 공포와 추위에 떨며 하룻밤을 새운 60대 선원이 자기를 구하러 온 다이버와 맨 처음 주고받은 문답이다.

마이니치신문·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29일 침몰한 어선 속에 혼자 갇혀 있던 선원이 배 안에 형성된 에어포켓(air pocket·공기주머니)에 의지해 15시간을 버틴 끝에 극적으로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침몰 현장은 하코다테시 앞바다 쓰가루해협. 지난 27일 오후 3시 10분 이곳을 지나던 4인승 19t급 어선 '제18 메이유(明祐)'호가 배 밑바닥이 위를 보고 갑판이 아래를 보는 형태로 전복되며 물 밑에 가라앉았다. 이후 이 배는 물의 흐름에 따라 우현(右舷·오른쪽 뱃전)이 위를 보는 모양이 됐다.

'제18 메이유'호는 전체 길이가 14m 정도 되는 작은 배다. 일본 해상보안청 특수구난대 소속 다이버 5명은 침몰 당일부터 물속에 들어가 옆으로 누워 있는 배를 밖에서 꼼꼼하게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원이 배 안에서 뭔가 두드리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다이버들은 이튿날 새벽 5시 40분쯤 뱃머리 부분 우현 선실에 약 1m 높이로 물이 차지 않은 공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른바 공기주머니, '에어 포켓'이다. 갑판원 나가타 가쓰유키(永田勝行·64)씨가 발목까지 물에 잠긴 채 그 안에서 떨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바다의 수온은 8.5도, 기온은 8.6도였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나가타씨는 다이버들을 만난 직후 실신했다. 다이버들이 마스크를 씌워서 물 위에 끌어올린 뒤 응급처치를 하고, 헬기와 구급차로 뭍에 있는 병원에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나가타씨는 의식을 회복하고 의료진에 자기 이름과 나이를 밝혔다.

해난 전문가들은 배가 갑자기 뒤집히면서 공기주머니가 형성된 덕분에 나가타씨가 구조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들은 일본 언론에 "기적이었다"고 말했다. 나가타씨와 함께 탔던 동료 중 선장(43)과 갑판원(39)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나머지 1명은 실종 상태다. 구조된 나가타씨의 부인은 마이니치 취재팀과 통화에서 "다행이라고 안심했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에어포켓(air pocket)

선박이 뒤집혔을 때 배 안의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공간. 2013년 5월 나이지리아 근해에서 유조선을 끌고 가던 예인선이 바다 밑 33m 아래로 침몰했을 때, 요리사가 1.2m 높이 에어포켓에 앉아 60시간 동안 버티다 구조된 전례가 있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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