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받은 사단장 진술에 따르면, 당시 택시는 홍천강을 향해 10분 정도 달리다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택시는 후진하려다 뒤에 와 있는 승용차를 발견하곤 멈췄다. "내려서 가볼까요" 하고 묻는 부관에게 사단장은 "어떤 무기를 갖고 있는지 모르니 일단 기다려보자"고 했다. 잠시 뒤 택시 문이 열렸다. 의외로 20대 여성이 내렸다. 그녀는 울면서 뒤 차로 달려와 차창을 두드리며 "살려달라"고 했다. 사단장은 여성을 차에 태웠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여성은 울먹이며 "홍천에서 군 복무 중인 남자친구가 '자살하겠다'고 전화해와 급한 마음에 홍천버스터미널 인근 시동 켜진 택시를 몰고 부대로 가려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자친구 이름 외에는 부대명도, 정확한 위치도 몰랐다. 사단장은 남자친구가 자기 사단 소속일 것으로 판단, 소속 부대를 파악하라고 부관에 지시했다.
경찰은 "사단장이 이같이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병사 목숨을 구해야 하니 소속부대라도 파악한 뒤 조사하자'고 해 결국 육군본부에까지 연락해 남자친구 소속부대를 알아낸 뒤 여성을 경찰서로 데려왔다"고 했다. 남자친구 정모 일병은 그 사단이 아닌 군 사령부 직할부대 소속이었다. 정 일병은 "전투체육하느라 힘들어 죽겠다고 여자친구에게 전화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으나, 헌병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추가 조사 중이다.
홍천경찰서 관계자는 "사단장이 '여자가 병사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 같다'고 선처를 호소해왔다"며 "택시기사도 선처에 응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성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하고 이날 경기 화성에서 올라온 부모에게 인계했다.
[홍천=이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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