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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두근두근, 어질어질 … 뇌졸중 위험 신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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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혈관 막는 심방세동 부정맥

중앙일보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구자성 교수가 환자에게 24시간 심전도를 측정하는 홀터 모니터링 검사기를 달고 있다. 심방세동 환자(위에 있는 그래프)는 심장리듬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해 갑자기 빨리 뛴다. 반면 건강한 사람의 심장은 일정한 리듬을 갖고 규칙적으로 움직인다. 그래프 속 높이는 심장이 움직이는 전기신호의 세기다. 심장 주변 피부근육이 두꺼우면 작게 측정되고, 반대로 얇으면 크게 나타난다. 측정할 때 변수가 많아 심방세동을 판단하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서보형 객원기자


우리 몸에서 정확하게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기관이 있다. 바로 심장이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리듬을 갖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심장의 박자가 조금씩 어긋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빠르게 뛰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심장 리듬이 흐트러지면서 나타나는 심방세동에 대해 알아봤다.

외국계 IT기업에 근무하는 서상진(54·서울 동작구)씨는 요즘 부쩍 어지럼증이 심해졌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우면서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린다. 심할 땐 숨을 쉬는 게 가쁘고 두통까지 생겼다. 업무 스트레스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대학병원을 찾은 서씨는 중증 뇌졸중 위험이 큰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았다. 앞으로 3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를 받으면서 와파린으로 뇌졸중 예방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서씨는 “해외 출장이 잦은데 치료 때문에 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주부 한지영(37·서울 서초구)씨는 식단 관리에 예민하다. 최근 시아버지가 심방세동으로 진단받은 후 조심해야 할 음식이 늘어서다. 시금치·양배추·상추·마늘·두부·브로콜리·달걀·토마토 등 비타민K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 끼니마다 이들 기본 식재료를 피해 식사를 차리는 것도 고역이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구자성 교수는 “심방세동은 중증 뇌졸중 위험이 커 세심한 관리가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아 환자는 큰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심장 엇박자 심방세동 … ‘뇌졸중 전주곡’

심방세동은 일정한 속도로 쿵쿵 뛰어야 할 심장이 불규칙하게 파르르 떠는 병이다. 심장 리듬이 일정한지 측정하는 심전도 검사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방오영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심장은 1분당 60~100회 뛰는데 심방세동 환자는 분당 500~800회까지 빠르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심장은 폐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혈액을 힘껏 펌프질해 온몸의 곳곳에 있는 혈관으로 내뿜는다. 그런데 심방세동으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 혈액을 완전히 내보내지 못해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을 헐떡거린다. 심방세동은 합병증이 치명적이다. 구 교수는 “심장 안에 혈액이 고여 있다가 굳으면서 만들어진 혈전(피떡)이 뇌혈관을 막으면서 뇌졸중으로 악화된다”고 말했다. 뇌졸중 환자의 20%는 심장박동이 불규칙한 심방세동 환자다. 일반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나 높다.

일반 뇌졸중보다 뇌 손상 범위가 커 중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반신마비·보행장애 등 회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남기거나 사망 위험이 크다. 뇌졸중은 한번 발병하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방 교수는 “심방세동 뇌졸중 환자의 절반은 1년 이내에 사망한다”며 “심방세동 뇌졸중이 재발하면 이전보다 증상이 심해 예전 상태로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뇌졸중 예방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덩어리진 혈액을 묽게 해 피떡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억제한다.

뇌졸중 예방 효과 좋은 신약 나왔지만

문제는 피를 묽게 만드는 와파린이라는 약이다. 뇌졸중의 예방 표준치료법이지만 약효가 매우 불안정하다. 같은 사람이 동일한 용량의 약을 먹어도 식습관·몸 상태·약 복용습관에 따라 약효가 들쭉날쭉하다.

예를 들어 청국장·양배추·샐러드 등 비타민K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약효가 급격히 떨어진다. 비타민K는 와파린과는 반대로 혈액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와파린 용량을 늘리면 혈액이 너무 묽어져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반대로 용량을 줄이면 뇌졸중 예방 효과가 감소한다.

구 교수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서는 와파린 적정 용량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정기적인 혈액검사로 약 용량을 조정하지만 환자 상태에 맞는 용량을 투약하는 비율은 5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약 복용이 까다로워 예방치료를 포기하고 중단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한 신약이 나왔다. 기존 와파린 뇌졸중 예방치료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음식을 먹는지와는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약효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더 이상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혈액 응고 상태를 모니터링(INR)하거나 식단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뇌졸중 예방 효과와 약물 안전성도 뛰어나다.

하지만 국내에서 새로운 약으로 뇌졸중 예방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와파린보다 약값이 비싸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6개월 이상 와파린 치료를 받아도 약효 조절이 안 되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심방세동 뇌졸중 예방을 위해 치료 초기부터 신약을 사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방 교수는 “효과적인 심방세동 뇌졸중 예방치료를 위해 보험급여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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