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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입대한 남자친구 자살 막아야"…20대 女 택시 탈취해 광란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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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남자친구의 탈영을 막기 위해 한 20대 여성이 택시를 훔쳐 광란의 질주를 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막은 건 해당 지역 사단장이었다.

강원 홍천경찰서에 따르면, 29일 오후 1시쯤 강원 홍천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택시 정류소에서 ‘택시 탈취 사건’이 벌어졌다. 택시 기사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 한 20대 여성이 몰래 차에 올라 탄 뒤 홍천강 방향으로 마구 내달린 것.

홍천군청에서 일을 마치고 근처를 지나던 조모 사단장(육군 소장)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 조 사단장은 곧장 운전병에게 ‘추격’을 지시했다. 택시 탈취범이 총기를 갖고 있을지 모르는데다, 2차 사고가 날 수 있어 일정한 거리를 두고 택시를 쫓았다. 경찰에도 신고했다.

홍천강변길을 내달리던 택시는 주변 지리에 어두운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 막다른 길로 들어선 뒤 멈춰 섰다. 때 마침 다섯 대 가량의 경찰차가 몰려와 택시와 사단장 관용차를 둘러쌌다.

경찰에 포위되자, 택시 운전석이 열렸다.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뜻 밖에도 스무 살이 될까말까한 곱상한 여성이었다. 여성은 군복을 입고 있던 조 사단장을 보고는 달려와 매달렸다. “제 남자친구가 자살한대요. 빨리 그 부대로 가야돼요.”

경기 화성에서 왔다는 이 여성은 얼마 전 군복무 중인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이날 남자친구로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듣고 이를 막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했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려고 했지만 정작 남자친구의 정확한 부대 이름과 위치를 몰라, 급한 마음에 예전 면회 기억을 떠올려 직접 찾아가려고 택시를 훔쳤다는 얘기였다.

조 사단장은 인근 지역의 사단까지 연락을 취해 해당 병사를 수소문했고, 곧 두 남녀의 만남이 성사됐다.

택시 기사와 조 사단장은 여성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경찰에 선처를 호소했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번 택시 탈취 사건은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할 수 밖에 없다”고 난처해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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