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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면이 먼저, 스프가 먼저?…라면보다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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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아직까지도 희대의 난제도 꼽히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 말만큼이나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또 있다. 라면을 끓일 때 스프를 먼저 넣어야 할까, 면을 먼저 넣어야 할까. 순서에 따라 라면의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여기에도 사실 과학적 근거가 숨겨져 있다.

우선 일반적으로 ‘맛있는 라면’이란, 스프의 짭잘함이 적당히 면에 배고 면이 탱탱하게 익은 라면이라고 가정해자. 이 가운데 면이 익는 정도는 끓는 물의 온도와 조리 시간과 연관돼 있다. 그런데 순수한 물은 외부압력이 1기압일 때 섭씨 100도에서 끓어 기화하지만, 같은 대기압 하에서 물에 무언가 다른 물질이 녹아 있다면 그렇지 않다. 물의 끓는점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끓는점 오름’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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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물에 스프가 녹아 있을수록 더 높은 온도인 105도 내외에서 끓게 되는데, 이때 면을 넣어야 면이 빨리 익는다. 다시 말해 물이 끓기 전에 스프를 넣어 물의 끓는점 보다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야 면이 빨리 익게 되고 스프의 향이 배어든다.

끓는점 오름 현상은 우리가 흔히 먹는 갖가지 찌개와 국물에서도 나타난다. 예컨대 조미료나 고추장을 넣은 국에 화상을 입으면 물에 데는 것보다 더 크게 다친다. 끓는 국의 끓는점이 끓는 물보다 높기 때문이다.

물론 라면의 맛은 ‘물의 양’에서 결판이 난다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면을 먼저 넣든, 스프를 먼저 넣든, 면과 스프를 같이 넣든 맛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지도 모른다.

다만 이것만은 알아두자. 라면을 먹기 직전에 식초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저어 먹으면 면발의 쫄깃함이 배가 된다. 식초가 탄수화물 조직을 보다 치밀하게 묶어내기 때문이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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