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강우일 주교 “4·3의 땅 제주에 해군기지는 안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67·제주교구장·사진)는 29일 “제주를 군사기지가 아니라 평화의 바위섬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 이날 제주시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다랑쉬굴 4·3유해발굴 20주년 기념 전국학술대회’ 기조 강연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것은 희생자들의 무덤을 다시 한번 군홧발로 짓밟는 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주교는 “4·3은 아무리 국가 공권력이라 해도 국민의 생명권을 짓밟을 권리는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며 “국가안보라는 거창한 근거를 내세워도 국민의 생명이 국가에 우선한다는 것을 4·3은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툭하면 국가시책, 국책사업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5·16에 이어 30년씩 이어진 군사독재시절 비밀정보기관을 통해 자행된 불법적인 사찰과 고문, 억압과 음모도 모두 국가의 이름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강 주교는 “4·3 희생자들의 무덤은 생명과 평화가 새롭게 피어나는 꽃밭이 돼야 한다”며 “평화의 섬을 현대 첨단무기로 가득 찬 군사기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를 ‘생명을 거스르는 죽음의 성채’로 묘사했다. 또 가공할 파괴력과 살상력을 가진 각종 미사일로 무장한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무력으로 평화를 이룬다는 것은 본질적인 자가당착이며 환상”이라면서 “인류 역사상 평화가 무력으로 이뤄진 적은 없다”고 단언했다.

무력이 전쟁을 억제하는 첩경이라면 최강의 화력을 가진 미국이 왜 베트남의 전쟁을 막지 못했으며, 오늘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전쟁을 이어가고 있느냐고 강 주교는 반문했다.

그는 4·3을 나치의 집단학살 ‘홀로코스트’와 비교하며 4·3으로 치른 엄청난 희생이 인간 생명의 숭고한 가치를 역설적으로 깨우쳐 주고 있다고 밝혔다.

강 주교는 “4·3의 땅에 이념과 폭력을 뛰어넘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구현해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절호의 도약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라며 “제주도는 제주도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위해 평화의 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는 세계 평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평화의 전초기지가 돼야 한다”며 “4·3에 희생된 3만명이 흘린 피를 소중히 지키기 위해 그 후손인 우리는 더 철저히 폭력을 거부하고 무력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