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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계부채 또 '빨간불'…1~2월 주담대 증가액 8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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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못 견딘 가계…저금리 활용 매매 수요로 전환

"정부 가계부채 대책 마련해야"

극심한 전세난과 저금리가 겹쳐 매매 수요를 급증시키면서 가계부채도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외환·NH·기업은행 등 7개 주요 은행의 지난달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1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말의 316조4539억원에서 3조4481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년동기(4230억원) 대비 8.2배나 뛰어오른 증가액이다. 1~2월 증가폭으로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통상 1월에는 연말 상여금 등으로 대출금을 갚는 사람이 많고 추운 날씨에 이사를 꺼려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곤 한다. 지난해 1월에도 7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650억원 줄었으나, 올해는 반대로 9613억원 증가했다.

2월 증가액도 2조4868억원으로 전년동월의 2배가 넘었다.

이는 주로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로의 전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급등을 견디다 못한 세입자들이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있다”며 “쉽사리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전세난이 매매 수요를 계속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2%대로 내려가고, 고정금리대출도 3%대 초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새 주택담보대출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아무래도 금리가 낮다 보니 이번 기회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많아진 듯 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미 1000조를 넘어 벌써부터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계부채다.

지난해말 가계부채 잔액은 총 1089조원으로 전년말보다 67조6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가계부채 연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11년의 73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로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여겨진다.

은행권 가계대출의 95%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연초부터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 2011년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액의 가계부채 증가폭을 기록할 수도 있다.

올해 가계부채가 지난해 이상으로 폭증할 경우 가계에 부담을 줘 소비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소득보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3%에 불과했던 반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6.9%를 기록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정책 기조를 설명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모두 실패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부채에 억눌린 가계 평균소비성향은 뚝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인 72.9%까지 하락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도한 빚은 결국 미래의 소비를 잡아먹게 된다”며 “소비 위축 때문에 경제의 엔진 자체가 꺼져버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저금리를 조장해 가계대출 규모를 더 키우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가계부채 총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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