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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마법의 가루' 2g으로 물 200ml 순식간에…LG화학 여수공장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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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고흡수성수지 SAP 제4라인 건설현장…"올 7월부터 연산 28만톤→36만톤으로 확대"]

머니투데이

전남 여수 LG화학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SAP공장은 보안 유지를 위해 사진 촬영이 전면 금지됩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미래를 선도할 성장 핵심으로 꼽은 핵심소재 중 하나는 고흡수성수지 SAP(Super Absorbent Polymer)다. LG그룹의 모태 LG화학 여수공장에서는 삼엄한 보안 아래 전세계로 뻗어나갈 SAP가 생산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구에서 약 20분간 차를 달려 도착한 LG화학 용성단지는 SAP 제4라인 건설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드는 SAP의 90%는 해외로 수출된다. 나머지 10%가 유한킴벌리, 깨끗한나라 등에 공급돼 국내 유통되는 대부분의 기저귀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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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l 비커에 SAP 2g을 넣는 모습(왼쪽). 30여초가 지난 뒤 물을 완전 흡수한 SAP가 젤리 상태(가운데)로 변했다. 젤리 상태로 변한 SAP가 담긴 비커를 거꾸로 뒤집어도 물이 떨어지지 않는다.(오른쪽)/사진=LG화학


◇'마법의 가루' 2g으로 물 200ml 순식간에 흡수

SAP 공장 연구실에서 물 200ml가 담긴 비커에 SAP 가루 2g을 넣고 30초가 지나자 물은 그대로 젤리처럼 변했다. 비커를 거꾸로 뒤집어도 물이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SAP 1g은 최대 500ml의 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실에서는 SAP가 물을 머금는 성질, 압력에 견디는 성질, 흡수속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었다. LG화학 SAP는 기저귀와 여성용품, 전선 방수제 등의 원료로 각광 받으며 세계시장 점유율 12%로 4위다.

SAP는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로 만들어지며 이는 모두 여수공장에서 자체 조달한다. SAP 제3라인에 들어서자 열기와 함께 시큼한 냄새가 느껴졌다. 촉매를 이용해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하는 공정이었다. LG화학은 노인용 기저귀 등 SAP 수요 확대에 맞춰 연산 능력을 기존 28만톤에서 제4라인 건설과 함께 36만톤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크릴산 연산량도 35만톤에서 51만톤으로 늘린다.

분쇄 공정을 거쳐 고운 가루 형태로 변한 SAP는 밀폐 공정으로 옮겨진다. SAP공장은 반응기 등 설비가 외부에 노출된 여타 석유화학공장과 달리 설비들이 내부에 들어서있으며 포장 및 배송 역시 밀폐공정으로 이뤄진다. 송희윤 SAP 공장장은 "주용도가 기저귀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기 때문에 먼지나 벌레 같은 이물질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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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공장 NCC 전경. /사진=LG화학


◇세계 115개 NCC공장 중 에너지 효율 '1위'

SAP공장 옆에는 용성단지의 핵심 NCC(Naphtha Cracking Center)가 있다. NCC는 원유를 분별증류해 나온 나프타를 고온에서 열분해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여수공장 NCC는 17기의 분해로에서 1년 내내 800℃의 열로 나프타를 화학분해한다. 공장 관계자들은 이 공정을 "나프타를 깬다"고 표현했다. 분해로 옆에 달린 구멍(Peep Door)을 열자 시뻘건 불길이 분해로 내 158개의 파이프를 달구고 있었다. 변용만 NCC공장 기술팀 부장은 "산업의 쌀인 나프타가 파이프 안에서 에틸렌 등 기초유분으로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프타 분해는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제품을 만드는지가 기술력의 척도다.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1992년 6130Kcal 수준이던 에너지 원단위(1kg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량)를 올해 3970Kcal까지 낮추며 35% 개선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솔로몬컨설팅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기업 평균치는 7460Kcal, 탑티어 평균은 5561Kcal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마의 4000Kcal' 벽을 넘어섰다. 여타 기업 대비 연간 3100억원의 에너지비용이 절감된다.

김영환 NCC공장장은 "에너지 절감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은 PVC, ABS 등 제품을 생산하는 하부공정의 원가 부담도 낮춰주는 연쇄효과가 있다"며 "NCC공장은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이용해 4기의 가스터빈으로 약 100MW 전기를 생산하며, 이 중 35MW를 외부에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전기 판매수익만 100억원이 넘는다.

◇39년간 생산량 1800배 성장…"저유가·경기침체, 정면돌파한다"

LG화학 여수공장은 1976년 PVC 5000톤 생산을 시작으로 연평균 22%씩 성장해왔다. 지난해 기준 연간 914만톤의 제품을 생산해 생산량 기준 1800배 규모로 확대됐다. 올해는 1조7900억원의 설비투자 중 6600억원을 기초소재에, 이 중 2900억원은 신규·증설에 투자한다. 핵심은 SAP 8만톤 증산, 아크릴산 16만톤 증산과 함께 진행되는 ABS 10만톤 증산이다.

LG화학 여수공장은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 대비해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고부가제품으로의 발빠른 제품구조 전환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여수공장 PE제품은 90% 이상, ABS제품은 80% 이상을 고부가제품으로 전환 완료했다. 이 밖에도 지속적으로 고부가제품 비중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유재준 LG화학 여수공장 상무는 "여수공장은 한발 앞선 준비와 선제적 대응으로 어떤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왔다"며 "1976년 공장 설립 이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온 저력을 바탕으로 저유가, 경기침체 등의 현재 상황도 정면돌파해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수(전남)=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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