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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행]“아라리 아라리요 기차 타고 정선 가요”…정선아리랑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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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600여 년 전, 태조 이성계(1335~1408)의 조선 건국에 반대하며 패망한 왕조에 변함없는 충성을 바친 고려 유신들.

그 중 전오륜, 이수생, 고천우, 신안, 김충한, 김위, 변귀수 등 칠현(七賢)은 새 왕조의 회유를 뿌리치고 강원도 두메산골인 정선에 숨어든 뒤, 산나물을 뜯어 먹으며 여생을 마쳤다.

그들은 망국의 한, 가족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 외롭고 고달픈 심정 등을 한시로 지어 노래했다.

“춘하추동 사시절은 자연법칙이요/삼강오륜 인의예지는 인간윤리법이라/강물은 돌고 돌아서 바다로 가는데/이 내 몸은 돌고 돌아서 정선 땅에 왔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이들의 지조와 기개를 추앙한 지역 선비들이 이를 우리 말로 풀이해 사람들에게 알려주면서 토착요(土着謠)로 구전됐고, 여기에 남녀의 사랑과 이별, 신세 한탄, 시대상 또는 세태 풍자 등의 내용이 더해지면서 현재의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이 됐다.

◇정선아리랑 열차 A-트레인, “고고성”
관광 열차 ‘정선아리랑 열차 A-트레인’이 지난 22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화·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매일 한 차례 운행한다. 갈 때는 오전 8시10분 청량리역(서울)을 출발해 제천역(충북)-영월역-예미역-민둥산역-별어곡역-선평역-정선역-나전역을 거쳐 오후 12시40분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이상 강원)에 도착한다.

돌아올 때는 아우라지역에서 오후 5시10분 떠나 오후 9시32분 다시 청량리역에 내리게 된다.

화·수요일은 운행하지 않지만, 정선 장날(매월 2·7·12·17·22·27일)이거나 공휴일인 경우 특별 운행한다.

이 열차는 국내 여객열차 중 처음으로 지역 명칭을 사용했을 정도로 정선의 모든 것을 한량, 한량에 담았다.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인 영국 탠저린이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무형 유산’인 아리랑과 정선의 정서·문화를 모티브로 새마을호 열차의 내·외관을 디자인했다.

외관은 아라리 선율로 율동감 있게 표현했으며, 기관차와 발전차에는 동강 할미꽃 빛깔을 녹여냈다. 객차 4량은 백의민족의 희로애락을 빨강·노랑·파랑의 연결된 색채 선으로 승화했다.

객실은 정선 사람들의 삶·자연·춤사위·소리를 배경으로 천지인(天地人)을 상징하는 태극의 삼원색을 조화시켰으며, 능선·동강·아우라지 등 정선의 천·지·자연을 형상화했다.

코레일이 중부내륙 관광열차(O․V-트레인), 남도해양 열차(S-트레인), 평화 열차( DMZ-트레인)에 이어 선보인 넷째 관광 열차답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타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이 되도록 꾸며졌다.

장거리 열차로는 처음으로 개방형 창문과 넓은 전망창을 설치한 덕에 산과 계곡, 강과 들판이 어우러져 달리는 동안 모든 좌석에서 환상적인 자연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창문 넘어 청정한 바람결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원주역-치악산역, 예미역-민둥산역, 정선역-아우라지역 구간에서는 산악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멋진 풍경이 차창 밖을 장식한다. 1, 4호차 전망 칸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던 기찻길과 주변 경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금 산수화를 승객 앞에 펼쳐놓고 있는 강원의 산하는 앞으로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수채화, 유화 등 새로운 모습들을 선사할 것이다.

정선아리랑 열차는 관광 열차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스토리텔링, 음악 방송, 기념사진 서비스, 사연 소개, 마술 공연, 퀴즈 게임, 노래자랑, 기다림 엽서 등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리랑 열차 패키지로 즐기는 정선 관광
정선아리랑 열차를 이용해 정선 관광을 하려면 패키지 프로그램을 구매하면 한결 편리하다.

‘정선 오일장 코스’(정선 오일장, 정선아리랑 극, 스카이워크, 화암동굴 등), ‘정선 레일바이크 코스’(주례마을, 풍경 열차, 레일바이크, 아우라지 뱃사공, 아리랑 전수관 등) 등 당일이나 1박 2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오일장 코스는 정선역에서 내리며 시작된다. 전국 최대 전통시장으로 2012년 한국관광공사 주관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정선 장터를 둘러보며 색다른 풍경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훈훈한 인심에 사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어 하늘나라 선녀와 인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정선아리랑 극 ‘메나리’ 공연을 관람한다.

장날이 아닌 경우 장터 구경 대신 병방산(해발 861m) 정상 부근 ‘U자형 스카이워크’에 올라 하늘을 걷는 듯한 짜릿함을 만끽하게 된다.

끝으로 ‘국내 유일의 테마형 동굴’인 화암동굴에서 동굴 생태 관찰·금 채취 및 제련 과정 등을 둘러본 다음 정선역으로 이동해 청량리역으로 돌아오게 된다. 성인 주중 6만6300원부터.

정선 레일바이크 코스는 아우라지역에서 내리면서 출발한다. 정선아리랑의 숨결이 살아 있는 아우라지 마을에서 정선 시골 밥상을 먹는다.

그런 다음 ‘칙칙폭폭! 풍경 열차’를 타고 구절리역으로 이동, 레일바이크를 타게 된다. 페달을 밟아 달리는 네 바퀴 자전거를 타고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로 위를 아우라지역까지 7.2㎞ 구간을 시속 10~30㎞로 달리며 아름다운 정선의 자연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아우라지역에 돌아온 뒤 정선군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아우라지 일대를 관광한다. 아우라지는 구절리에서 흘러온 송천과 삼척에서 흘러온 골지천의 합수머리로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정선아리랑의 대표적 발상지 중 한 곳이다. 강물을 이용해 한양(현재의 서울)으로 목재를 수송하는 데서 유래한 아우라지 뗏목 타기를 비롯해 출렁다리, 아리랑 전수관, 주례마을 등을 체험하거나 관람한다.

모든 것을 마치고 아우라지역을 떠나 청량리역으로 돌아오게 된다. 성인 주중 6만9800원부터.

1박 2일 코스는 오일장 코스와 레일바이크 코스를 아우르는 여정이다.

첫날 레일바이크 코스를 즐긴 뒤 명지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돼 유명해진 옥산장에서 묵는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서 뜯어 온 신선한 나물 반찬들과 감자붕생이, 곤드레밥 등을 배불리 먹은 뒤 정선아리랑 한 소절이 흐르는 사이 별빛을 가득 온몸으로 느끼며 여독을 푼다. 스마트폰이 잘 터지는 곳이지만, 살짝 꺼둔 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봐도 좋을 듯하다.

이튿날은 아라리촌을 둘러본 후 오일장 코스를 만끽하자. 성인 주중 13만300원부터.

레츠코레일 홈페이지(www.letskorail.com)와 철도고객센터(1544-7788) 참조.

◇좀 더 경제적으로 정선을 여행하려면
패키지 대신 승차권만 구매해 자유여행도 할 수 있다. 청량리역-아우라지역 편도 2만7600원, 민둥산역-아우라지역 편도 8400원이다. 당일 왕복 이용할 경우 횟수에 상관없이 좌석 및 입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선아리랑 열차 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다. 패스 가격은 성인 기준 당일권 4만8000원.

정선아리랑열차를 충청권에서 이용하려면 대전역(07:42발)에서 출발해 제천역(09:15착)에서 정선아리랑 열차로 환승하고, 올 때는 다시 제천역으로 돌아와 대전역행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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