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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너무나 자연적인 북아메리카 원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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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북아메리카 원주민 트릭스터 이야기']

머니투데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 균, 쇠'에 따르면 아메리카 대륙은 오래 전에 말, 소 같은 대형 포유류가 전멸해 모든 동력은 사람의 힘에 의지했다. 이 때문에 낮은 농업 생산력과 잉여 생산물의 부재는 농사 외의 분야에 전념하는 전문가의 분화를 어렵게 했다. 광활한 지역의 적은 인구는 좁은 유럽과 달리 신기술의 전파도 느린데다 필요가 절실하지도 않아 유럽인들에게 신대륙으로 발견될 때까지 철기문명에도 이르지 못했다. 당연히 유럽과 같은 발전된 문자 체계와 정치조직도 미생이었고 가축들로 인한 전염병도 없었다.

1532년 11월 스페인의 정복자(도살자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피사로와 잉카 제국의 황제 아타우알파가 페루의 고지대 도시 카하마르카에서 처음으로 마주쳤다. 겨우 168명의 스페인 부대는 62명의 기병과 갑옷, 투구, 칼, 창 등으로 중무장한 106 명의 보병, 그리고 몇 자루의 화승총이 전부였지만 나무 곤봉과 돌팔매에 의지하는 8만 명의 잉카 병사들을 유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선입견 때문일까? 그리스로마신화, 이솝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 탈무드 등 다른 지역의 이야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지혜'를 말하는 책을 접하지 못했다. 그런 책이 실제로는 많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랬다.

'트릭스터'는 '여러 민족의 신화에 등장해 도덕과 관습을 무시하고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인물이나 동물'로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유럽의 붉은 여우, 우리나라의 호랑이나 토끼, 북아메리카의 반인반수 코요테, 거미 인간 이크토미 등 선과 악의 이중성을 가진 동물을 말한다. 당연히 '북아메리카 트릭스터 이야기'는 그곳의 구비문학, 신화와 전설을 모은 책인 것이다.

자연에 철저하게 순응하고 살았던 북아메리카의 원주민이어서 그런지 이야기들도 자연적이고, 솔직하고, 노골적이다. 그곳에도 인류를 창조한 신이 있었고, 인류를 위해 하늘에서 불을 훔쳐오는 영웅도 있었는데 보편적 가르침은 '너무 욕심내지 않기, 과유불급, 거짓말 안 하기, 사기 안 치며 착하게 살기' 등이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책이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신화 연구가나 소재에 목마른 동화 작가에겐 큰 도움이 될 만하다. 어린 아이에게 들려줄 새로운 이야기책을 찾는 젊은 엄마나 유치원 선생님에게도 좋겠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민망한 성(性)적 이야기 등은 살짝 빼고 가면 되니까.

◇북아메리카 원주민 트릭스터 이야기=리처드 어도스·알폰소 오르티스 편저. 김주관 옮김. 한길사 펴냄. 506쪽. 2만7000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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