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재 때 10명 구한 50代 이승선씨]
- '인간 완강기' 된 간판 시공업자
출근길 우연히 火災 보고 밧줄 들고 가스관 타고 올라
200㎏ 간판 들던 힘으로 3층서 주민 3명 내려주고 옥상서 또 6~8층 주민 구해
손등·팔뚝은 상처투성이
화마 속에서 주민 10명을 구한 이 남성은 우연히 화재 현장 앞을 지나던 시민 이승선(51)씨였다. 사망 4명, 중경상 126명 등 사상자 130명을 낸 화재 현장에서 이씨가 가져온 길이 30m 밧줄과 키 178㎝, 몸무게 84㎏ 건장한 그의 몸과 팔뚝은 '인간 완강기'가 됐다.
그는 오전 9시 20분쯤 승합차를 몰고 일하러 가던 길에 검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걸 보고 현장에 달려왔다. "차량 3대가 불타면서 타이어가 폭발해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무서웠어요." 곧이어 달려온 소방관들이 불 끄느라 정신이 없을 때였다. 이씨는 창문에 매달려 비명을 지르는 주민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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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승합차로 달려가 생수 2병과 밧줄을 꺼내왔다. 그러곤 바로 가스배관을 타고 올랐다. 크레인을 타고 빌딩 외벽에 간판을 다는 일을 하는 이씨는 "늘 100~300㎏짜리 간판을 들고 내리느라 힘은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30m 길이, 엄지손가락 굵기의 밧줄은 작업할 때 추락을 막는 생명줄이었다. 3층에서 첫 3명을 구한 뒤 그는 주저앉아 생수를 들이켰다. 이씨는 "위층 사람들의 절박한 눈빛을 보고 다시 힘을 냈다"고 말했다.
옆 건물을 통해 올라간 대봉그린 10층 옥상 난간에 밧줄 한쪽 끝을 묶었다. 그는 "여러 번 묶어야 안전하지만 밧줄이 30m밖에 안 돼 딱 한 번만 감았다"고 했다. 밧줄을 아래로 내려 6층에서 4명, 7층에서 2명을 구했다. 8층엔 20대 여성 1명이 있었다. 8층의 여성은 밧줄을 몸에 묶고도 24m 높이 난간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이씨는 "나를 믿어요. 살 수 있어요. 무서우면 눈을 감고 딱 10초만 세면 땅이에요!"라고 소리쳤다. 그는 두 팔과 몸으로 10명의 몸무게를 버텼다.
12일 이씨는 팔뚝에 파스를 붙이고 있었다. 손등은 상처투성이였다. "그분들이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제가 고맙죠. 그 높은 데서 저를 믿고 밧줄에 의지해서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이씨는 "이번에 소방관들이 저승을 오가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여동생과 함께 6층에 갇혀 있다 이씨가 내려준 밧줄에 매달려 탈출한 홍모(23)씨는 "너무나 침착해서 소방관인 줄 알았는데 일반인이라니 놀랍고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소방서 박종환 소방관은 "진화하느라 뛰어다니며 그분이 배관 타고 올라가 한 명씩 내려보내는 걸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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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화면 캡처 |
[정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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